사건은 대형화·고난도...기록·당사자 수 모두 증가
"심도 있는 심리" vs "인력 없인 효과 미미" 온도차
"심도 있는 심리" vs "인력 없인 효과 미미" 온도차
[파이낸셜뉴스]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기존 3인 재판부로 이를 심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마다 기록 분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충실히 검토하기 위해 재판부를 확대하는 등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인원을 늘리더라도 사건 수 자체가 줄지 않는다면 충실한 심리가 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동현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재판부 구성의 유연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고난도 사건 증가에 대응해 사건 성격에 따라 재판부 구성원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과학적·법적 쟁점이 복잡하거나 당사자 수가 많은 사건이 늘고 있다며 5인 판사로 구성된 '확대합의체' 도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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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복잡도는 기록 분량 증가로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법 1심 민사합의부 사건의 평균 기록면수는 2024년 1362면으로 2021년(927면)보다 약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처리 사건 수는 1만1410건에서 7491건으로 줄었지만 사건당 기록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형사합의부 사건 기록도 2024년 평균 2779면으로 전년(1280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판결문 분량도 증가 추세다. 민사합의부 평균 판결문은 2016년 13.67면에서 2024년 19.34면으로, 형사합의부도 16.55면에서 21.86면으로 늘었다. 당사자 규모 역시 커졌다. 1심 민사본안사건 기준 100인 이상 사건은 2015년 682건에서 2024년 902건으로, 1000인 이상 사건은 113건에서 249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사건이 대형화·복잡화되는 상황에서 모든 사건을 동일한 3인 합의부로 처리하는 것은 업무 부담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연구위원은 복잡한 사건에는 더 많은 판사를 투입해 분업을 가능하게 하고, 단순한 사건에는 적은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의 유연한 재판부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사건 난이도에 따라 다수 판사의 합의체를 운영하는 사례를 들며 이를 통해 업무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복잡 사건에 한해 5인 재판부를 도입할 경우 기록 검토를 분담하고 증인신문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쟁점별 역할 분담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심층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이때 각 법관이 중요사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건을 더 배당받지 않도록 한다.
동시에 간단한 사건은 판사 1인으로 구성된 단독재판부에 맡기도록 한다. 소송물 가액이 500만원 이하 민사사건 항소심과 비교적 단순한 행정소송도 단독재판부에 넘겨주도록 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재판부 인원을 늘리더라도 사건 수가 그대로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예전에도 4인 재판부가 있었지만 결국 주심 판사가 주도하고 재판장만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돼 복잡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확대보다 맡게되는 사건 수를 줄이거나 1법관 1재판연구원 지원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쟁점을 나눠 검토하면 기록 전체를 공유하기 어려워 합의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결국 5명이 모두 기록을 보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동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사건 복잡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5인 재판부 구성이 오히려 기존 사건 적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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