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미국 및 동맹국들과 손잡고 무력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이는 이란의 지속적인 본토 공격에 따른 대응으로, 그간 중립을 지켜온 UAE가 걸프 국가 중 처음으로 이번 전쟁의 직접적인 참전국이 되는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 국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UAE가 유엔 안보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무력 사용 승인 결의안을 요청하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UAE 외교관들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의 군사 강국들에게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기 위한 ‘다국적 연합군’ 구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한 고위 관료는 "이란 정권은 현재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으며,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를 동반 침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UAE는 이란이 반세기 동안 점유해 온 아부 무사 등 전략적 요충지인 섬들을 미국이 점령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제안까지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UAE의 이러한 변화는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에서 기인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두바이의 호텔과 공항 등을 목표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이란은 지금까지 UAE에 약 2500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쏟아부은 양보다 많다.
이란의 공격에 두바이의 항공 교통과 관광산업이 위축됐으며, 부동산 시장 타격 및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이어지는 등 경제적 피해도 커지면서 ‘중동의 평화로운 오아시스’라는 UAE의 이미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우리 영토를 탈취하려는 작전을 지원하는 걸프 국가의 민간 기반 시설을 파괴하겠다"며 UAE를 직접 지목해 경고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이란 정권과 우호적 혹은 중립적 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기타 걸프 국가들도 이란 정권이 붕괴하거나 무력화될 때까지 전쟁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쪽으로 돌아섰다.
현재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 중인 바레인이 관련 유엔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으며 오는 2일 표결이 예상된다.
그러나 변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며 프랑스는 별도의 수정안을 제안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없이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동맹국들이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부담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마일(160km)에 달하는 해협 전체를 통제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며, 이란의 소형 자폭 보트나 드론 한 대만으로도 해협은 언제든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만약 작전이 시작된다면 UAE는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심해항인 제벨 알리와 군사 기지는 연합군의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다.
UAE는 규모는 작지만 미국산 F-16 전투기 편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미사일 및 정밀 유도 폭탄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당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엘리자베스 덴트 연구원은 "UAE는 더 공격적인 이란을 마주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전쟁에 발을 들이고 있다"며, "해협 개방이 완벽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이 끝날 경우 이웃 국가인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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