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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수급난에 석화 재편 ‘멈춤’… 업계 감산 재검토 목소리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1 18:34

수정 2026.04.01 18:34

‘3월까지 마무리’ 정부 시한 넘겨
"일부 기업에만 감산 부담 지워"
‘무임승차’ 문제 발생 우려도
수익성 둔화 中도 증설 이어가
"스페셜티 중심 투자 확대 필요"
나프타 수급난에 석화 재편 ‘멈춤’… 업계 감산 재검토 목소리

나프타 수급난에 발목이 잡힌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서면서 감산 중심 재편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석유화학 사업 재편이 올해 1·4분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봤으나 예상과 달리 지연되는 양상이다. 감산 규모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기업 간 이견에 중동발 리스크까지 겹친 탓이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내년 1·4분기 안에는 '석유화학 최종 사업재편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일정 지연에 대한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기업들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업재편안을 먼저 확정하고 감산에 나서는 기업들만 부담을 떠안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울산에서는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가 구조조정 논의 이전부터 추진된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규 설비를 일괄적인 감산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만 감산 부담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산 중심으로 추진돼 온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용량 1470만t 가운데 18~25% 수준인 270만~370만t을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급 과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은 수익성 둔화에도 감산 대신 증설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푸샹성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세계석유화학컨퍼런스'에서 "2020~2025년 전 세계 에틸렌 증설 물량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중국은 지난해에도 600만t의 에틸렌을 수입했다"며 "증설의 주된 목적은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감산 중심 접근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중국은 석유화학 뿐만 아니라 대부분 분야에서 경쟁국과의 공존보다 규모의 경제로 자국 산업을 키우는 게 속성"이라며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감산을 기대해서는 안 되고 이란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 석유화학 사업이 더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진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교수는 "중국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서는 스페셜티 중심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준비와 실행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감산 중심 구조조정만으로는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