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3월 소비자물가가 1년 사이 2.2% 상승했다. 중동 전쟁 영향으로 석유류가 9.9% 급증하며 전체 물가를 이끌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즉각 오른 만큼 앞으로 공업제품 및 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기저효과 및 공급량 증가로 감소했다.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설탕 값은 제분·제당 업체가 가격을 내리면서 수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2일 국가데이터처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 지난 1월 2.0%로 내려온 뒤 2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3월 0.2%p 높아졌다. 정부가 올해 물가 전망치로 내놓은 2.1%에 근접한 수치다.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다. 석유류가 9.9% 뛰며 전체 물가를 0.39%p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해인 2022년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가 배럴 당 110달러를 넘어선 것이 반영됐지만 지난달 1차 석유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주유소 판매가격을 제한해 상승폭이 완화됐다.
특히 석유류 중 경유(17.0%), 휘발유(8.0%) 등에서 상승폭이 컸다. 경유는 2022년 12월(21.9%) 이후 3년 3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휘발유는 지난해 1월(9.2%) 이후 1년 2개월만에 최대 상승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유는 운송 차량 등 사용처가 더 많아 가격 상승폭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2차 석유 최고 가격제지정과 항공유 상승에 따른 국제 항공료 가격 변화, 유류세 인하 등은 4월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류 관련 물가는 오름폭을 보였다. 공업제품은 전년동월 대비 2.7% 올랐다. 2023년 10월(3.6%) 이후 2년 5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교통 물가지수 역시 전년동월 대비 5.0% 증가했다. 이 심의관은 “(석유류가 오르면) 수입 농축수산물 관련해 환율, 운반 등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외식, 가공식품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이 2개는 오르면 내리기 쉽지 않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당장 1, 2개월 내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 대비 -0.6%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억누르는 역할을 했다. 농산물은 2월(-1.4%)에 이어 5.6% 하락했다. 곡물(12.3%), 쌀(15.6%)은 올랐지만 채소(-13.5%), 과일(-6.2%)은 내렸다. 반면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2%, 4.4% 올랐다. 돼지고기(6.3%), 국간쇠고기(6.8%), 수입쇠고기(4.3%), 달걀(7.8%), 조기(19.6%), 고등어(7.2%) 등이 가팔랐다.
가공식품 물가는 정부가 물가 인하 압력 메시지를 내면서 1.6% 오르는데 그쳤다. 2024년 11월(1.3%)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밀가루, 설탕은 전년동월 대비 각각 2.3%, 3.1% 하락했다. 밀가루는 2024년 9월(-3.8%) 이후 18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설탕 2013년 9월(-4.4%) 이후 12년 6개월만에 최대 하락했다. 다만, 재경부 관계자는 “가공식품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지만 석유류 가중치가 더 크다. 향후 (가격) 상방압력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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