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 중 기자들에게 이란의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 안전 책임은 한국과 일본 등 수혜국들이 직접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북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주둔을 거론하며 한국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에 대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어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하며 한국이 안보 혜택만 누릴 뿐 미국의 전략적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에 한국이 확답을 주지 않자, 주한미군 카드를 꺼내 들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파병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을 이용하는 다른 국가들도 겨냥해 "일본이 하게 두자. 그들은 해협에서 석유 90%를 가져온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하게 두자. 그들(수혜국들)이 직접 하게 두자”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민 성명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최근 호르무즈 해협 안보 문제를 두고 미국과 유럽 사이의 균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설에 앞서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 보전 작전 참여 거부에 나토가 ‘종이 호랑이’가 됐다며 미국의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특히 지난 4년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왔던 점을 거듭 강조하며, 이번 이란 사태에서 나토가 도움을 거부한 것을 "배신"으로 규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미국의 군사적 노력에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을 지원해왔으나 이것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급해지자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및 우크라이나 사태, 나토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건설적인 토론과 아이디어 교환이 있었다”고 밝히며, 현존하는 여러 국제적 난제들을 “실용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스투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문자 메시지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유럽 국가들의 입장과 시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자처해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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