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LG화학, 폴리머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 통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2 14:13

수정 2026.04.02 15:43

폴리머 전반으로 공급 차질 확대
나프타 수급난으로 불가항력 가능성 확산
포장재·섬유·가전까지…소비재 줄충격 우려
LG화학 청주 NCC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 청주 NCC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동발 원료 수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 리스크가 전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LG화학이 폴리머 출하 일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포장재·섬유·가전 등 전방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ICIS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주요 고객사에 원료 수급 차질로 폴리머 공급이 지연되며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기존에는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중심으로 알려졌던 공급 차질이 폴리머 전반으로 확대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리머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원료로 생산되는 고분자 소재로, ABS·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다양한 플라스틱의 기반이 되는 핵심 중간재다.

식품 포장재와 화장품 용기, 의류 원단, 가전·자동차 부품 등 전 산업에 폭넓게 쓰이는 만큼 공급 차질 시 소비재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되는 구조다.

LG화학은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료 선적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일부 공장이 운영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원료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과 출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현재 제품 가용성과 출하에도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일시적인 공급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사태로 고객사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에 대해 사과하고, 가능한 한 신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경우 면책을 위해 발동되는 조치다. 공급사는 공급 차질이 예상될 경우 이를 고객사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앞서 여천NCC가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도 관련 가능성을 잇따라 고지하면서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나프타 수급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는 나프타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여기에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어 지정학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t을 확보했지만 이는 약 3~4일치 분량에 불과하다. 제한적인 물량임에도 이를 확보한 것은 원료 수급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천NCC 등 다른 국내 NCC 업체들도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나프타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감산 확대와 전방 산업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폴리머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포장재·섬유·가전 등 전 산업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