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에서 고유가 장기화 우려
갈등 반복되면 골든타임 놓칠수도
갈등 반복되면 골든타임 놓칠수도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현 위기를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이 2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파괴된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와 원활한 수급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진단처럼 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유가 리스크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연구기관들은 에너지 시설 피해와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26조원 규모의 추경안은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 속에서 민생과 산업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 수출기업·소상공인 지원 등을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현금성 지원이 물가 안정과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지 검증이 필요하다. 에너지 의존 구조를 바꾸고 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재정적 대응으로 기업들을 덮치고 있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는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 차질과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물류·보험 비용 증가, 항공·해운 차질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 충격은 가계로도 전이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가 2.2% 상승한 가운데 석유류 가격은 3년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주유소마다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장면은 불안한 민생 현실을 보여준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서민 가계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 부담과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고 그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경제 전반이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책임 있는 대응이다. 위기 국면에서도 여야가 정쟁과 갈등을 반복한다면 정책 추진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속도가 생명인 추경 집행과 에너지 대책, 산업 지원 정책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시정연설을 계기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악수하는 모습은 긍정적 신호다. 나라경제가 거대한 폭풍우 앞에 선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이 아니라 협력이다. 협치만이 이번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해법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