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방위산업의 위상이 상승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산 미사일 요격 미사일이 이번 전쟁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산에 비해 낮은 생산비로 제작된 점에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발사한 대규모 탄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 상황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천궁-II가 조준한 30개의 표적 중 29개를 격추하는 경이로운 수준의 요격 성과를 거두며 데뷔했다며 두바이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정치권과 군사 전문가들의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의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II의 성공은 한국 방산업체들이 글로벌 무기 시장의 핵심 주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신 신호라고 분석했다.
현재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 미국 방산업체들은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극심한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공급하는 두 번째로 큰 국가가 됐다.
NYT는 한국 무기의 가장 큰 매력으로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를 꼽았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천궁-II 요격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약 100만달러(약 15억원) 수준으로 미국산 패트리엇(PAC-3) 한 발 가격인 400만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산 PAC-3 1개 제작에 보통 3개월 걸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우선 인도로 인해 패트리엇 5기의 인도가 늦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스위스는 지난 2월 무기 조달 이사를 한국으로 보내 방산 업체 관계자들과 만났다고 스위스 정부가 공식 보도 자료에서 밝혔다.
또 지적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현지 공장 설립과 제조 기술 공유에 개방적이라는 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천궁-II 제작사인 LIG넥스원의 수출액은 2021년 약 826억원에서 2025년 9218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최근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폴란드와 150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스페인의 자주포 체제 개발 협력, 루마니아 장갑차 공장을 착공했다.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시작된 첫 달, LIG넥스원의 주가는 무려 45% 급등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2%가량 상승했다. 반면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의 주가는 전쟁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 6.5% 하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의 저력을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구축된 수직 계열화된 산업 구조에서 찾는다.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들이 민수용 중공업 기술과 군수 생산 능력을 유연하게 전환하며 축적해온 규모의 경제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전문 매체 '하우스 오브 사우드'의 압둘 무함하드 편집위원은 "1970~80년대 미국인들이 일본 제품을 '싸구려 모조품'이라 비웃다 추월당했듯이, 지금 미국 방산 독점 체제는 한국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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