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소재·고무제품 제조업체 122개사 중 47개사
1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전망치 감소폭 1조 넘어
고유가 장기화시 식품, 자동차 등 실적 둔화 확산
1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전망치 감소폭 1조 넘어
고유가 장기화시 식품, 자동차 등 실적 둔화 확산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중동 사태 영향으로 일본 화학·소재업종 기업의 약 40%가 올해 1·4분기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식품·자동차 등 전방 산업으로도 실적 둔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닛케이가 화학·소재·고무제품 제조업체 122개사를 대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1분기 실적 전망을 분석한 결과, 47개 기업에서 순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거나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감소 폭은 총 1250억엔(약 1조1818억원)에 달한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미쓰이화학의 1·4분기 순이익 전망을 낮췄다.
미쓰비시화학그룹 역시 순이익 전망이 약 250억엔 하향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국내 에틸렌 설비 감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플랜트 가동이 멈출 경우 판매 감소 이상으로 수익성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소나홀딩스의 다케이 히로키 전략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화학 업종에서 실적 우려가 가장 먼저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화학업체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등 다양한 화학 제품을 만든다. 일본은 수입 나프타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에틸렌은 생활용품, 자동차 부품, 반도체 소재 등 광범위한 산업의 기초 원료다.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합성고무 등 중간재 업체로도 영향이 확산된다. 범용 수지 업체인 카네카 등에서도 실적 전망 하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씨티그룹증권은 유리 제조업체 AGC Inc.의 1·4분기 순이익 전망을 낮추고 투자 의견도 하향했다. 이 회사는 중유와 천연가스를 활용해 유리를 생산한다. 자동차용 유리 사업에서 가격 전가를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 상승분을 전부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JP모건증권은 타이어 업체인 브리지스톤과 스미토모고무산업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북미 수요는 견조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중국 저가 제품 확산으로 경쟁이 심화한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을 모두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실적 전망 하향 조정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는 에너지 가격이 일시 급등했지만 공급은 유지됐던 반면 이번 사태는 공급 제약까지 동반돼 물량과 수익성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해상자산운용의 와카야마 사토시 수석 펀드매니저는 "가격 전가가 확산되면 소비자 구매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돼 식품과 유통 업종에도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공급망이 넓고 경기 민감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으로도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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