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가격 통제·수출 제한·수요 억제…정유사 ‘삼중고’ 덮쳤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6 07:59

수정 2026.04.06 07:59

국제 경유·등유 두 배 급등…국내는 가격 묶여
수출 막히고 수요 줄어…마진 압박 심화
재고이익 vs 실제 수익 괴리…실적 안갯속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국제 경유·등유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국내에서는 최고가격제로 가격 반영이 제한되며 정유업계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수출 제한과 수요 억제까지 겹치며 ‘삼중고’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일 기준 배럴당 휘발유 90.3달러, 등유 116.44달러, 경유 115.13달러였던 가격은 이달 2일 각각 144.48달러, 231.64달러, 292.8달러로 급등했다. 특히 등유와 경유는 한 달 사이 두 배 가까이 뛰며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국내 판매 가격은 정책적으로 상한이 설정되며 상승 폭이 제한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2차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각각 상한을 지정했다. 이와 함께 유류세 인하 폭도 휘발유 7%에서 15%, 경유 10%에서 25%로 확대하며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이로 인해 국제 시세와 국내 가격 간 괴리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원가는 급등하는 반면 판매가는 상한에 묶이면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압축되며 수익성 부담이 불가피하다.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며, 석유제품 수출 물량에 대한 추가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 방어를 위한 수출 확대 전략 역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요 억제 정책까지 더해지며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는 5부제가 적용된다. 이는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가격 통제·수출 제한·수요 감소’의 삼중 압박은 실적 전망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재고 평가 이익 증가로 정유업계 1·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보유 원유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효과다. 다만 정유업계는 이는 회계상 이익일 뿐 실제 영업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운임비 상승과 수송 지연 등 비용 부담이 커진 반면 제품 가격은 최고가격제로 묶이면서 실질 마진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정유사 부담 완화를 위해 손실 보전 예산으로 단일 사업 기준 최대 규모인 5조원을 편성했다. 다만 보전 방식과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1·4분기 비용은 정유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손실액을 산정해 제출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이를 검증해 보전액을 산정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위원회 구성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아 하루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