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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두뇌·눈·근육·심장 다 만든다… 글로벌 흔드는'원LG'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5 18:36

수정 2026.04.05 18:36

LG전자, 액추에이터 연내 양산
LG이노텍은 눈, LGD 얼굴 담당
LG엔솔 휴머노이드 배터리 공개
LG AI연구원은 케이팩스 개발중
모든 계열사의 기술력 결집 핵심
전장·AIDC 성과로 글로벌 공략
로봇 두뇌·눈·근육·심장 다 만든다… 글로벌 흔드는'원LG'
LG그룹은 최근 휴머노이드로 대표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에 '원LG'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원LG'란 LG 계열사들의 핵심 역량을 한데 결집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LG그룹의 전략이다. 구동 모터, 전장 부품, 배터리 등 LG 계열사들이 각각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을 묶어 고객사에 최적화된 통합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처럼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로봇사업을 위해 뭉쳤다. 로봇을 구성하는 핵심부품들을 수직 계열화해 글로벌 로봇 기업들을 공략,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등 올해 사업화

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로봇 핵심 부품 양산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로봇의 두뇌부터 센서, 관절, 심장 역할을 하는 배터리까지 아우른다. 로봇 제작에 필요한 기술 및 공급망을 내재화 해 발 빠르게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다.

LG전자는 60년간 가전 사업에서 쌓아온 모터 노하우를 집약해 액추에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액추에이터는 사람으로 치면 '근육'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로봇의 팔과 다리, 관절을 구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올해 안에 양산 체제를 구축, 액추에이터를 직접 설계·생산해 전 세계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부품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 기술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용 카메라 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사람으로 치면 '눈'의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지난 1월 "올해 로봇용 센싱 부품 사업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됐고, 관련 매출 규모는 수백억원 단위"라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로봇의 표정을 전달하는 '얼굴' 역할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그간 쌓아온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판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P-OLED)를 차량용으로 개발, 공급해 왔는데, 얼굴 형태에 맞게 곡면 구현이 가능할뿐더러 내구성이 높아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에 최적이라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다. 가정이나 산업 현장 등 다양한 장소에 투입되는 로봇에는 효율은 물론 높은 안전성을 갖춘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채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를 포함해 6개 이상의 글로벌 로봇 업체와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AI연구원은 두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 개발을 맡았다. 이미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LG전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협력해 한국형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케이팩스(KAPEX)'를 개발 중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공개할 엑사원 4.5를 시작으로 한국판 휴머노이드의 두뇌가 될 비전언어모델(VLM)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원LG 전략, 전장·AIDC서 성과

'원LG' 전략은 이미 전장과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전장의 경우 지난 2024년 3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를 시작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만나 통합 세일즈를 펼쳐왔다. 지난해 11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 방한했을 당시 LG 전장 계열사 경영진들이 총출동해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AI 데이터센터 사업도 마찬가지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냉각 시스템(LG전자) △설계·구축·운영(LG유플러스, LG CNS) △첨단 전력 시스템(LG에너지솔루션) 등 역량을 한데 묶어 '원LG'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동남아에선 '원LG'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이 모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오는 2027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 최대 규모의 파주 AI 데이터센터 역시 '원LG' 전략의 결실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관련된 핵심부품들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수직 계열화해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LG 외엔 없을 것"이라며 "원LG 전략을 통해 로봇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발 빠르게 가져가려는 포석"이라고 전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