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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잿값 20% 인상"… 건설현장 ‘중동發 청구서’ [미-이란 전쟁]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5 18:58

수정 2026.04.05 22:16

나프타 대란 등에 인상 요구 공문
자재 납품업체→협력사→건설사
‘원자재 쇼크’ 도미노 인상 본격화
업계 "상황 이해" "시기 이르다"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시민들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석유 저장 시설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시민들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석유 저장 시설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란전쟁이 촉발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청구서가 건설사들에 날아들었다. 나프타 수급 차질을 이유로 자재 가격 인상을 통보받은 협력사들이 건설사들에 이를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건설사들은 협상을 준비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납품가 올려달라" 날아든 공문

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페인트와 단열재를 포함해 시트지, 토목·건축 자재, 파이프 업계 등이 납품업체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최소 20% 이상의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데, 특히 전쟁 이후 물건 제조에 투입되는 원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중심으로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인상을 요구받은 협력사들은 다시 건설사들에 해당 공문을 들이밀었다. 이날 기준 공문 전달 여부가 확인된 건설사만 대형·중견사를 포함, 3곳 이상이다. 한 대형 건설사는 구매부서로 공문이 직접 전해졌다고 한다.

공문을 받은 건설사들도 본격적인 협상 준비에 돌입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공문을 받았다"며 "협력사에서 제시한 인상률을 바탕으로 조만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재업체들이 공급사들에 제품 가격 인상을 요구한 이유는 이란전쟁으로 원유·나프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원료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상 페인트와 단열재 등 건설자재는 나프타를 분해해서 얻은 석유화학 원료로 만든다.

환율이 단기간 급등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는 보통 달러로 구매한다"며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을 사기 위해 더 많은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30원을 돌파했다.

■일각 "인상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건설업계에서는 "자재업체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축물량이 최소 몇개월 분량은 있을 텐데 인상 시기가 좀 빠르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건설사들도 비상이다. 건설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까닭에 비용절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가격 인상이라는 날벼락을 맞아서다. 실제 지난해 대형 건설사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영업손실 8154억원, 45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문제는 자재 가격 인상이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분양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가가 오르면 부담은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당시 2~3년 사이 공사비가 30%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