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요와 시장 점유율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 업계가 이란 전쟁을 계기로 방위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전쟁 기간에 방산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는 유럽 자동차 업계는 생명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는 전기차 수요 감소와 중국차의 빠른 상승, 고금리라는 '퍼펙트 스톰'을 만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방산 협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이같은 행보를 ‘자동차 외엔 무엇이든’ 하는 전략이라고 부르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지난달 30일 군사 및 민간 겸용 지상 드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용 부품 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체계용 부품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BYD 같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유럽연합(EU)의 신차 판매가 급증하는 사기에 지난 1월 유럽에 인도된 BYD 차량은 1만3982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 급증했다.
그러나 자동차와는 달리 유럽의 방산업계는 호황을 맞고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유럽은 재무장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사이 분열로 유럽은 자체 무기 생산이 시급해졌다.
지난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재무장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하며 약 8000억유로(약 1170조원) 규모의 국방 투자를 시사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가 방산에 손을 뻗는 이유는 기술적 유사성 때문이다. 슬로바키아 싱크탱크 글로브섹(Globsec)의 주자나 펠라코바 이사는 “두 산업 모두 고급 제조 기술과 복잡한 공급망, 엔지니어링에 의존하기 때문에 역량 전환이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자동차 공장들은 즉각 군수 공장으로 전환된 역사적 전례가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인력 3만5000명을 감축해야 하는 폭스바겐 입장에서 방산 협력은 2300여 명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아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IG메탈은 전환이 자동차 업계와 공급업체 핵심 금속과 전기 업체들의 일자리 상실을 완전히 메워주지 못하면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IG메탈은 “소량 다품종 생산이 주를 이루는 방위 산업은 수만 대를 찍어내는 자동차 대량생산 공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방위산업이 고전하고 있는 유럽의 자동차 산업 문제를 해결시켜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무기 제조를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와 정치적 위험도 변수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이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협력할 경우 유럽 내에서 어떤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글로브섹의 펠라코바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완전한 방산업체가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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