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승 독식' 올러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완벽투… 5연승 질주하던 NC 타선 잠재웠다
정현창 결승타·한준수-카스트로 희생플라이
김범수 무실점 쾌투 이어 '개막전 방화' 정해영 삼자범퇴 첫 세이브
정현창 결승타·한준수-카스트로 희생플라이
김범수 무실점 쾌투 이어 '개막전 방화' 정해영 삼자범퇴 첫 세이브
[파이낸셜뉴스] 기나긴 터널 속에 갇힌 듯했던 호랑이 군단에 마침내 따뜻한 봄볕이 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4연패의 사슬을 뚝 끊어내고, 가장 뼈아팠던 마운드의 상처까지 완벽하게 치유한 뭉클하고도 귀중한 승리였다.
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에서 KIA 타이거즈가 3-0의 짜릿한 영봉승을 거두며 최하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5연승을 내달리며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NC를 제물로 거둔 승리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값지다.
이날 승리의 절대적인 일등 공신은 단연 선발 마운드에 오른 아담 올러였다.
7이닝 동안 단 3개의 피안타만을 허용했고, 사사구는 단 한 개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제구력을 뽐냈다. 5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NC의 뜨거운 강타선을 철저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4회 2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고, 6회 2사 2, 3루의 유일했던 최대 위기마저 강타자 맷 데이비슨을 3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무너진 국내 선발진 사이에서 올러가 보여준 에이스의 품격은 광주 팬들의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기에 충분했다.
타선 역시 홈런포와 같은 화려한 한 방은 없었지만, 벤치가 원했던 가장 이상적인 짜임새로 점수를 쥐어짜 냈다. NC의 아시아 쿼터 선발 토다 나쓰키의 호투에 묶여 대량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찬스가 왔을 때 타점 생산 능력이 빛났다.
2회말 김호령의 안타 등으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정현창이 전력 질주로 내야 땅볼 결승 타점을 올렸고, 4회 1사 1, 3루에서는 한준수가 귀중한 희생플라이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8회말에도 박재현의 2루타로 만든 찬스를 해럴드 카스트로가 희생플라이로 화답하며 쐐기를 박았다. 안타를 치지 못해도 팀 배팅으로 어떻게든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응집력, 이것이 바로 우승을 경험했던 KIA 타이거즈 본연의 야구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가 KIA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이유는 경기 후반에 등장한 불펜 투수들의 완벽한 반등 때문이다. 8회초 1사 후 등판한 '20억 이적생' 김범수. 개막전 0아웃 3실점 강판 후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며 고개를 숙였던 그는, 단 공 4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자신의 구위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대망의 9회초. 팀이 3-0으로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는 '수호신' 정해영이었다. 개막전 5-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그 잔인한 악몽이 다시 떠오를 법도 했다. 하지만 정해영은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지난 아픔을 강속구로 씻어냈다. NC의 중심 타선인 데이비슨, 박건우, 서호철을 상대로 단 한 명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고 삼자범퇴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개막전의 악몽을 완벽하게 지워낸 짜릿하고 뭉클한 시즌 첫 세이브. 마운드를 내려오며 포효 대신 옅은 미소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정해영의 뒷모습은, 흔들리던 호랑이 군단의 마운드가 드디어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신호표였다.
KIA가 현재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2가지다. 이의리의 부진과 구원 투수 정해영과 조상우의 부진이다. 이 두가지만 해결할 수 있으면 KIA의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뼈대가 살아있다면 살은 어떻게든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IA는 네일과 올러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다. 중심타선의 김도영도 있고, 센터라인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격수 데일이 현재까지는 아주 잘 버텨주고 있는 것이 크다.
가장 아팠던 투수들이 스스로 상처를 극복해 내며 합작한 영봉승. 그 의미는 아주 크다. 광주의 봄은,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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