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제328조의 3 이상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자금 사용 목적이 채무상환이라면 주주 가치 훼손 우려
자금 사용 목적이 채무상환이라면 주주 가치 훼손 우려
[파이낸셜뉴스]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에 '회사의 이익'에 더해 '주주의 이익'을 고려토록 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무분별한 유상증자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상법 개정 전에는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해가 되는 결정을 해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었지만 이제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7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2조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통을 겪고 있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발표 당일 주가는 18% 이상 급락했다. 회사는 2조 4000억원 중 1조 4900억원은 채무 상환, 9700억원은 시설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수 명지대 겸임교수는 "유상증자 자체로 주주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나쁜 유상증자와 좋은 유상증자가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공장 증설 등 미래 이익의 상승이 기대되면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경우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볼 확률이 높다.
윤예림 법무법인 길도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에 따라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설득할 의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한화솔루션 주주들은 이번 회사의 유상증자 결정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소액주주 3%가 결집해 향후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사외이사 해임 추진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3%를 달성하면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주주 제안, 이사·감사 해임 절차 진행 등이 가능하다.
강진구 법무법인 YK 기업솔루션그룹 변호사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통해 유상증자를 막거나, 임시주총을 소집해 소액주주 이해를 대변하는 이사 후보자 추천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다만 법원이 기업의 유상증자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편이라 소액주주의 승산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화솔루션 대주주인 (주)한화 지분이 36.7%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5.75%) 역시 유상증자에 반대하지 않아 이사회를 통한 실력 행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임시주총을 개최할 경우 소액주주는 이사회(경영진)에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 이익에 반하지 않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해당 질의가 의사록에 남을 경우 만에 하나 있을 주주대표소송 등에서 상법 개정안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 제328조의3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 위반을 바로 주장하기는 어려운 만큼, 소액주주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금융감독원이 한화솔루션의 증권신고서 수리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라며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 시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신청했으나 금감원의 심사 후 유상증자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열린 개인 주주 대상 간담회에서 정원영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융감독원 사전 교감 발언'을 한 뒤 논란이 일자 대기 발령 조치를 받았다. 정 CFO 발언 후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는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에 내용을 조율하거나 승인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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