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생산적 금융 508조 시대…미래 전략산업에 자금 물꼬 터준다 [미리보는 2026 FIND]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7 18:21

수정 2026.04.07 18:21

5대 지주 5년간 공급계획 밝히며
가계에서 기업으로 자금방향 전환
경기 불확실성 부담 커진 은행들
대기업 중심 대출 고착화는 과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적도
생산적 금융 508조 시대…미래 전략산업에 자금 물꼬 터준다 [미리보는 2026 FIND]

올해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대출이 확대되는 등 은행권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5대 금융지주가 앞으로 5년 동안 총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공급계획을 제시한 만큼 은행권 자금이 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신규대출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은 극복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생산적 금융 원년…기업대출 확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844조725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859조7737억원으로 15조483억원(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767조6781억원에서 765조7290억원으로 1조9491억원(0.3%) 감소했다.



올해가 '생산적 금융의 원년'으로 불리는 만큼 은행권 자금이 기존 가계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자금배분 구조를 보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중심으로 먼저 유입되는 양상이다.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합계는 지난해 12월 말 170조2992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79조119억원으로 8조7127억원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674조4262억원에서 680조7618억원으로 6조335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 보면 대기업대출이 5.1% 늘었고,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0.9%에 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며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대출도 점차 확대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은행 자금이 들어갈 수 있는 기업군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쏠림' 고착화 극복해야

문제는 생산적 금융에서의 자금 흐름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의 고착화 가능성이다. 자금배분 방향이 바뀌는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기준이 동시에 작동하면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등 우량차주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5대 금융지주는 오는 2030년까지 총 508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인 만큼 구조적 문제는 초기에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1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로 대기업대출(0.13%)보다 높고, 중소기업대출(0.82%)보다는 낮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체율 격차가 크게 나타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차주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를 하려면 우량차주 위주로 자금 공급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 가운데 우량차주를 찾기 어렵기도 하고, 있더라도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적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하청업체에 대한 발주와 납품이 많아질 것이고, 이 같은 사이클이 이어진다면 낙수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생산적 금융의 정착을 위해서는 은행권이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공급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이 영역은 이미 해외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 자금이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며 "은행이 동일한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수익성과 리스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