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D현대의 초격차…지금 짓는 배, 20년 뒤 규제도 대응"[인터뷰]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9 10:50

수정 2026.04.09 10:50

이현호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소장 미래 대비형 설계로 운영 비용↓ "中 빠르게 추격하지만, 시스템 통합 능력은 쉽게 따라올 수 없어"
이현호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소장이 파이낸셜뉴스와의 9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이현호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소장이 파이낸셜뉴스와의 9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한국조선해양이 ‘미래 대비형(Future-proof)’ 설계 전략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초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금 건조하는 선박이 향후 20년 이상 운항하는 동안 규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연료 전환이 용이한 ‘Ready’ 개념의 설계를 선주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미래 규제 강화 시 전면 교체가 아닌 부분 개조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개별 장비가 아닌 선박 전체 관점의 시스템 통합 최적화 역량을 더해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 조선소와의 질적 격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CAPEX에서 OPEX로…경쟁의 축이 바뀐다
이현호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소장은 9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발주하는 선박들이 향후 20년 이상 운항하는 과정에서 일부 추가 변경만으로도 규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의 수명이 통상 20~30년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발주하는 배는 2040년대 중반까지 바다 위에서 운항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의 규제 수준을 지금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행보다. 선주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최고 사양의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는 데 따르는 CAPEX(건조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선박은 제한된 공간으로 설계되는 탓에 탄소 포집 장비, 풍력 보조 추진 장치, 추가 연료 탱크 등을 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소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컨테이너선의 경우, 거주구를 선박 앞쪽으로 배치한 선수 거주구형 선박을 개발해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며 “이미 초대형 컨테이너운반선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일정 수준 검증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조선사는 선가(Ship Price), 즉 건조 비용(CAPEX) 경쟁이 수주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료비·탄소비용·유지보수비를 포괄하는 운영 비용(OPEX)이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 소장은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미국의 입항료 부과 등 다양한 형태의 규제 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친환경 연료 가격도 전통 연료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선주들이 OPEX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형 해외 선사들은 이런 움직임이 선제적으로 이뤄졌고, 중소형 해외 선사들도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 선사로도 이러한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호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소장이 파이낸셜뉴스와의 9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이현호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소장이 파이낸셜뉴스와의 9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LNG부터 수소까지…“상용화 준비 마쳤다”
HD현대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선은 물론 세계 최초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탑재 선박 건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1만6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도 수주했다.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에 대비한 수소 화물 및 연료 활용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이들 연료에 대한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멀티퓨얼(다연료) 전략은 “다양한 환경 요인과 선주의 사업 환경에 따라 적절한 연료를 선택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HD현대의 판단에서 출발했다.

그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연료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검토하고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고민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LNG 연료가 선박 시장에 확산되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는 기술적 성숙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공급망 형성, 연료 가격 경쟁력 확보, 공급업체 역량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소가 글로벌 수주의 70%를 점유하며 가격 경쟁력으로 한국 조선소를 위협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시스템 통합 능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단일 기술이 아닌 연료 공급·추진·에너지 관리·배출가스 처리를 아우르는 통합 최적화 역량이다. 그는 “한국 조선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축적된 설계 및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화와 건조 과정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 선박 전체 운전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고 해결해내는 시스템 통합 능력에 있다”며 “선주들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선박은 한국 조선소에 발주하려 하고,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조선업은 다소 보수적인 산업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선박 운항이 불가능해져 선주들은 사업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실제 육상 실증은 물론 선박 탑재 후 해상 실증까지 모두 고려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다 신속한 승인과 실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국내 조선 공급망에 대해서는 "일부 기자재 분야에서는 유럽이나 일본 업체가 여전히 주도하고 있다"며 "힘겹게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정 기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이들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LNG 도입 시 현재 많이 사용되는 DES(Delivered Ex Ship·목적지 인도) 방식 대신 FOB(Free On Board·본선 인도) 방식의 거래 비중을 높이면 국내 조선소의 기저 물량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각종 국산화 기술이 초도 적용되는 데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이 이끄는 탈탄소선박연구소는 새로운 개념의 선박에 대한 선제적 타당성 검토, 각종 가스 화물 및 연료 취급 시스템 개발, 선박 폐열 활용, 친환경 엔진 연소 기술 및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 개발 등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차원에서는 머스크 맥키니 뮐러 탄소중립해운센터의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MIT 해양 컨소시엄에도 합류해 글로벌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