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제조 한국형 전자충격기
효과성·안전성 적합…정확도 양호
입찰 참여 위한 최소한 기준 충족
공개경쟁 입찰 거쳐 도입 여부 결정
[파이낸셜뉴스] 그간 도입이 번번이 불발됐던 '한국형 전자충격기'의 도입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최근 국내 업체가 개발한 전자충격기가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면서 입찰 참여를 위한 최소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도입 여부는 공개경쟁 입찰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국산 전자충격기의 첫 현장 도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열린 제584회 회의에서 국산 전자충격기 안전성 검사 결과를 원안 의결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가경찰 사무와 관련한 인사·예산·장비 등 주요 정책 사항을 국경위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검사의 핵심은 국산 전자충격기가 도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성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이다. R3+는 전기출력 등을 평가하는 전기특성 부문에서 총포화약법과 국제표준(ANSI) 기준에 따라 효과성·안전성 적합 판정을 받았다. 사격 성능 역시 현재 운용 중인 장비와 비교해 정확도·분산도 측면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충격기는 치안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위해성 경찰장비로 흔히 '테이저건'으로 불린다. 이는 미국 액손(AXON)사가 제조한 권총형 진압장비로 지난 2004년 8월 서울에서 강간살해 용의자를 추격하던 경찰이 검거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2005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주로 흉기 등으로 무장한 강력범죄 피의자를 대응하는 데 활용된다.
다만 그간 전자충격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탓에 현장에서는 제품명을 딴 테이저건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수입 장비인 만큼 가격 부담이 큰 데다 조준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경찰청은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공수요연계형 연구개발(R&D) 방식으로 국산 전자충격기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A사는 한국인 체형에 맞고, 1회 장전으로 3~4차례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전자충격기 R3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도입은 번번이 무산됐다. 경찰청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A사의 시범 제품 100정을 구매해 여섯 차례 전수검사를 실시했으나 매번 90%에 가까운 불량률이 나왔다. 이후 7차 전수검사에서 불량률이 0%로 개선돼 현장 도입을 추진했지만, 2023년 최종 납품검사에서 다시 안전기준 미달 판정을 받으면서 계약은 최종 해지됐다. 이 과정에서 선금 반환을 둘러싼 분쟁이 불거졌고, A사와의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관련 소송은 2심이 진행 중이다.
A사는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 자격 제한에 따라 6개월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소송과는 별개로 약 2년간 기존 R3 제품을 보완한 R3+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구동 방식과 성능 전반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앞선 R3 납품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유들도 이번 안전성 검사 항목에 포함돼 평가가 이뤄졌다. 경찰청은 R3+가 이번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면서 올해 전자충격기 구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도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도입 여부는 다른 제품과의 공개경쟁 입찰을 거쳐 결정되기 때문이다. 입찰에서는 △정확도 △분산도 △연발 성능 △유효 사거리 △현장 활용성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경찰청은 통상 5~6월 입찰에 착수해 7~8월께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A사의 R3+가 최종 낙찰될 경우 국산 전자충격기의 첫 현장 도입이 이뤄지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자충격기는 흉기를 소지한 피의자를 제압할 때 사용하는 장비로 시민과 경찰의 안전에 직결되는 무기인 만큼 무엇보다 성능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요구되는 요소를 기준으로 원활한 작동 여부와 성능 등을 철저히 평가해 공정하게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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