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년간 전 세계 금융권과 IT 업계를 미궁에 빠뜨렸던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의 정체가 한 미국 일간지에 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지목된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탐사 보도에서 방대한 분량의 조사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애덤 백을 나카모토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인공지능(AI) 전문가인 딜런 프리드먼과 협력해 수십 년간의 인터넷 e메일 기록을 정밀 분석했다.
나카모토가 남긴 글들과 백의 저작물을 대조한 결과, 세 차례의 독립적인 분석 모두에서 그가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특히 두 인물 사이의 독특한 문법적 습관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문장 사이에 스페이스바를 두 번 누르는 습관과 미국식이 아닌 영국식 철자를 사용한 점, 하이픈(-)을 사용하는 특이한 방식의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NYT 기자는 나카모토가 초기에 백과 주고받았다고 알려진 e메일들에 대해 "애덤 백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직접 보낸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7월 56세가 되는 백은 비트코인 탄생 이전부터 암호학계의 거물이었다. 그는 1997년 스팸 메일 방지 기술인 '해시캐시(Hashcash)'를 발명했으며 여기에 사용된 '작업 증명(Proof of Work)' 알고리즘은 훗날 비트코인 운영의 핵심 원칙이 됐다.
나카모토 역시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하기 몇 개월 전, 백의 논문을 올바르게 인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메일을 보낸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스승과 제자의 대화가 아닌, 동일인의 치밀한 위장술"이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탐사 취재를 한 NYT 기자는 인터뷰 중 백의 불안한 눈빛과 어색한 웃음, 그리고 왼손의 경련 등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다며 부자연스러운 행동에도 주목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경제적 이해관계다. 백은 현재 3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재무 회사 BSTR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 중이며, 이 회사는 현재 캔터피츠제럴드 계열의 특수목적법인(CEPO)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의혹에 대해 백은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라며 "1992년부터 암호학의 사회적 영향력과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며, 그러한 연구가 해시캐시로 이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2조4000억달러에 달하며 나카모토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110만개의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 기업 보유량보다 약 44%나 많은 수치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번 NYT의 폭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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