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도 단위 농업·농촌 실태조사
5만5000경영체·172개 마을 현장 점검
'제주DA' 연계해 맞춤 농정 기반 구축
5만5000경영체·172개 마을 현장 점검
'제주DA' 연계해 맞춤 농정 기반 구축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농업·농촌 정책의 기초 자료를 통계가 아닌 ‘실경작 데이터’로 다시 설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연구원은 전국 최초의 실경작 기반 농업·농촌 전수조사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조사 결과를 디지털 농정의 핵심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9일 밝혔다. 숫자 중심 행정에서 실제 경작 현장 중심 정책으로 옮겨가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용역은 제주도가 주관하고 제주연구원이 수행하는 ‘제주 농업·농촌 실태 전수조사 및 자료분석’ 사업이다. 목표는 제주 농업·농촌의 실태를 필지와 마을 단위로 다시 확인해 제주형 맞춤 농정의 기초자료를 만드는 데 있다.
조사 규모도 크다. 제주 지역 5만5000여 농업경영체와 172개 농촌 마을이 대상이다. 제주도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 이용과 재배 작목, 경영체 정보, 마을 정주 여건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도 단위에서 농업과 농촌을 함께 전수조사하는 사례는 국내 처음이라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가 갖는 의미는 “실제 농사를 누가, 어디서, 무엇으로 짓고 있는가”를 다시 확인하는 데 있다. 기존 통계만으로는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와 실제 경작 현장이 어긋나는 경우를 충분히 잡아내기 어렵다. 등록은 돼 있지만 실제 경작이 바뀌었거나 재배 작목이 달라졌거나 지원 필요와 현장 상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정이 정밀해지려면 숫자보다 현장 데이터가 더 중요해진다.
제주도는 이번 조사에 위성영상 기반 농지 정보인 팜맵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팜맵은 어느 필지에서 어떤 작물이 재배되는지를 공간 정보로 확인하는 자료다. 여기에 현장 조사 결과를 겹치면 종이 자료나 신고 자료에만 의존할 때보다 훨씬 정밀한 농지 정보 구축이 가능해진다. 농가별 맞춤형 지원과 품목별 수급관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다.
농촌 분야 조사도 함께 진행된다. 읍·면 지역 172개 마을의 정주 여건과 생활서비스 수준을 함께 살펴 마을별 생활환경 차이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업 정책이 생산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농촌에서 실제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다시 말해 이번 조사는 ‘얼마나 생산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작물을 실제로 키우고 있고 그 마을에서 어떤 생활 여건 속에 살고 있는가’를 함께 파악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통계 조사라기보다 디지털 농정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과정에 가깝다.
조사 결과는 오는 9월까지 정리될 예정이다. 이후 데이터는 제주농업디지털센터의 ‘제주DA’ 플랫폼에 탑재되고 분석 자료는 농업·농촌 정책 수립과 기술 개발, 보급 지표로 활용된다. 데이터가 쌓이면 작목별 수급 대응, 재해 대응, 지원사업 설계, 미래 농업 전략 수립의 정밀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김영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전수조사는 제주 농업·농촌 정책을 실경작 중심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필지 단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지원과 과학적 수급관리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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