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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커브? 조용히 해. 내가 제대로 보여줄께"… 비판 여론 단숨에 잠재운 손흥민의 '환상 질주'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9 15:24

수정 2026.04.09 15:54

전반 4도움 매직… '축구도사'의 완벽한 진화
에이징 커브 비웃은 45m '폭풍 질주'
"의심한 적 없다"… 굳건한 신뢰가 빚은 반전
든든한 캡틴의 귀환, 한숨 돌린 홍명보호
LAFC 손흥민 올해 첫 필드골. 뉴시스
LAFC 손흥민 올해 첫 필드골.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눈부신 부활이다. 비판의 화살을 묵묵히 온몸으로 견뎌내던 우리의 캡틴이, 가장 '손흥민다운'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해 냈다. 한동안 그를 괴롭혔던 '에이징 커브(노쇠화)' 논란은 그저 섣부른 기우였음을, 그라운드 위에서 실력으로 완벽하게 입증했다.

최근 A매치 2연전 참패의 후유증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홍명보호에게 이보다 더 반갑고 든든한 소식이 또 있을까.

시작은 경이로운 '도우미'로의 변신이었다. 손흥민(LAFC)은 지난 5일 올랜도 시티와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무려 4개의 도움을 몰아치며 팀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전 4도움은 기나긴 MLS 역사상 손흥민이 최초로 달성한 대기록이다.

득점 욕심을 내려놓고 동료들의 완벽한 찬스를 살려주는 넓은 시야와 정교한 킥은, 그가 단순한 득점 기계를 넘어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도사'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시즌 공격포인트를 12개(1골 11도움)로 늘리며 단숨에 리그 도움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올 시즌 첫 필드골을 터트리는 손흥민.연합뉴스
올 시즌 첫 필드골을 터트리는 손흥민.연합뉴스

이타적인 플레이로 폼을 끌어올린 손흥민은 이내 자신의 전매특허인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8일 열린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1차전 크루스 아술(멕시코)과의 경기. 북중미 최다 우승에 빛나는 강호를 상대로 손흥민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3-0 완승의 주역이 됐다.

백미는 득점 장면 그 자체였다. 전반 30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기 위해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시작한 그는 순식간에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허물어뜨렸다. 그리고 넘어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망을 갈랐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스피드, 그리고 기어코 마무리를 짓는 결정력까지. 지난 11경기 동안 꽁꽁 묶여있던 필드골의 혈을 뚫어낸, 우리가 열광하던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손흥민의 이 화려한 비상은 벤치의 흔들림 없는 굳건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크 도스 산토스 LAFC 감독은 4도움을 기록한 경기 직후 "손흥민은 헌신적이고 열심히 뛴다. 전적으로 그를 신뢰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역시 3월 A매치의 부진 속에서도 "손흥민은 우리 팀의 중심이며, 단 한 번도 그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의 손흥민. 뉴시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의 손흥민. 뉴시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수 본인이다. 오스트리아전 이후 쏟아진 싸늘한 시선과 노쇠화 논란 앞에서도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축구화 끈을 동여맸고, 소속팀으로 돌아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모든 논란을 종식시켰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 길을 잃고 헤매던 홍명보호에게 절정의 기량을 회복한 캡틴의 존재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스포츠계의 오랜 격언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손흥민. 그가 다시 쏘아 올린 희망의 축포 덕분에, 다가오는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도 다시금 벅찬 기대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