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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의 '감'을 수치로 바꾼다…AI가 다시 쓰는 인공관절 교과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9 18:25

수정 2026.04.09 18:25

수술실의 '감'을 수치로 바꾼다…AI가 다시 쓰는 인공관절 교과서


[파이낸셜뉴스] 인공관절 수술은 흔히 '각도의 예술'이라 불린다. 닳아 없어진 연골 대신 삽입되는 인공 구조물이 환자의 다리 축과 정렬 오차가 클 경우 통증이 지속되거나 수명이 급격히 단축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정밀한 각도를 맞추는 작업은 집도의의 손끝 감각과 경험에 주로 의존해 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은 수술실 안에서 이뤄지던 주관적 판단을 AI(인공지능) 기반의 객관적 데이터로 전환하며 인공관절 수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9일 연세사랑병원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스카이브와 공동 개발한 'MRI 영상 기반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 제작 기술'과 핵심 의료기기 '니비게이트(Kneevigate)'는 최근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유예 대상으로 지정됐다.

지난 10년간 축적한 수백 건의 고난도 수술 데이터를 학습한 '지능형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계적 보조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AI 시스템은 수술 전 단계에서 이미 설계를 마친다. 환자의 CT·MRI 데이터를 입력하면 AI 알고리즘이 고유한 해부학적 구조를 3차원으로 분석해 최적의 하지 정렬 축과 뼈 절삭 범위를 계산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과거에는 수술실 안에서 맞춰가며 결정해야 했던 불확실한 요소들을 이제는 AI가 사전에 정밀 설계한다"며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혁신"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AI가 설계한 수술 지도를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개인 맞춤형 수술 가이드(PSI)'를 통해 실제 뼈 위에 그대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AI라는 '두뇌'가 계산한 수치를 3D 프린터라는 '손'이 오차 없이 집행하는 구조다.

이 같은 정밀 의료의 결합은 수술 중 불필요한 골수강 내 침습을 막아 출혈량을 줄이고 수술 시간을 단축한다. 고령 환자의 마취 부담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돕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오래 쓰는 인공관절'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AI의 역할이다. AI는 골반부터 무릎, 발목에 이르는 다리 전체의 축을 계산해 하중이 특정 부위에 쏠리지 않도록 분산시킨다. 여기에 한국인의 좌식 생활을 반영해 고굴곡 구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PNK 인공관절'이 AI의 정밀 설계와 결합하면서, 환자들은 본래 자신의 관절과 같은 자연스러운 굴곡 기능을 경험하게 된다.


고 병원장은 "AI 기술의 핵심은 의료진의 경험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전문성을 가장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정밀한 도구를 갖추는 것"이라며 "인공관절 수술의 오차를 '제로'에 가깝게 줄이고, 모든 환자가 표준화된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밀 의료의 새 기준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지향하는 AI 수술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환자를 위한 정밀함'이다.
의사가 감각에 의존하던 영역을 AI가 수치로 입증해 내면서, 인공관절 수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