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능 노출…자유항행 기반 무역체제 붕괴"
바다 통행료 시대 서막…"모두가 대가 치르게 될 것"
미국이 연 '자유바다'의 시대, 호르무즈에서 저무나"미국의 무능 노출…자유항행 기반 무역체제 붕괴"
바다 통행료 시대 서막…"모두가 대가 치르게 될 것"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와중에 세계 에너지 수송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무력으로 봉쇄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자유항행을 기반으로 한 세기 넘게 지속된 세계 무역 체제가 무너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SJ은 '자유로운 바다의 시대가 무너지고 있는가? 모두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미국 해군의 눈앞에서 '이란 톨게이트' 시스템이 현실화했다면서 이는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세계 원유 수송로에서 미국이 더 이상 바다를 지배하지 못하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700척 이상의 선박이 수백억달러어치의 화물을 실은 채 이란 근처에서 발이 묶여 혼란에 빠진 상황을 가리키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현대 경제에 필수적인 무역 체제의 무덤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공해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선례는 미국이 구축해온 세계 질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다른 국가들도 이란의 사례를 모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짚었다.
캠벨대 역사학 부교수이자 전 해군 장교 살바토레 머코글리아노는 "'푸른 고속도로'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며 "어떻게 해도 이전과 같은 정상 상태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던 것은 미국의 세계 해양 경찰 능력 쇠퇴와 관련과 맞물려 있다고 WSJ은 지적한다.
오늘날 세계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항행 기반의 무역 체제는 해상 상업의 자유가 미국 번영의 핵심으로 본 미 해군 전략가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1840~1914)의 사상에서 비롯됐다.
이런 미국의 사고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자유항행을 옹호하는 쪽으로 발전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이 세계 해양 경찰의 역할을 맡으면서 비로소 현실화할 수 있었다.
이후 미국 경제의 주도 속에서 세계 무역은 급성장해왔지만 미국의 조선 산업은 쇠퇴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7천척에 달한 미 해군 함정은 현재 약 300척 수준으로 감소했다.
WSJ은 "결국 공해에서의 자유로운 물류 흐름은 미국이 만드는 데 기여한 규칙을 전 세계가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데 의존해왔다"며 "이를 강제할 능력은 부족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시티세인트조지런던대 무역·해상법 교수 제이슨 추아는 "한번 큰 구멍이 뚫리면 다른 사례들이 뒤따르고, 곧 법적 혼란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며 "매우 슬픈 일이지만 국제법은 페르시아만에서 한계점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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