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호르무즈 즉각 개방 요구하는 미국...평화 체제 합의 이후 개방 주장한 이란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2 09:40

수정 2026.04.12 09:40

파키스탄 종전 회담 첫날, 호르무즈 둘러싼 이견... 12일 속개하기로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대면 종전 협상에 앞서 만나고 있는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오른쪽)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사전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대면 종전 협상에 앞서 만나고 있는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오른쪽)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사전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43일 만인 11일(현지 시간) 오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종전 협상을 시작했다. 양측은 이날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견으로 첫 날 회의를 마치고, 12일 회담을 다시 열 예정이다.

양국간 이견과 관련, 이란의 타스님 통신은 "미국이 문서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제기해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심각한 이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NA에 따르면 미국은 해협을 즉각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란은 평화 체제를 최종 합의한 이후에 개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이란 대표단은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와의 사전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해외 동결자산 해제 , 전쟁 배상금 지급, 역내 휴전 4개 조건을 자국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즉각 완전' 개방 요구한 미국, 구축함 통과 강행

그러나 미국은 이란 주장을 일축하고 '즉각 완전' 개방을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 자체를 뒤흔드는 호르무즈 해협 진입 작전으로 장외 압박을 가했다.

미국은 이날 해군 구축함 2척이 전쟁 발발 후 최초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CENTCOM)는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고 해협을 안전하게 만드는 임무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들이 가진 유일한 수단은 '기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협뿐인데, 기뢰 부설선 28척은 모두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 강조했다. 기뢰 위험만 제거하면 이란은 아무런 협상력이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이란 통합사령부 카탐 알안비야는 "모든 선박 통행 주도권은 이란에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미군 발표가 허위라는 별도 성명을 내고 "오직 비군사적 선박에만 해협 통과가 허용되며, 군함의 통과 시도에는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 주장대로 레바논 전역 휴전이 아닌 전선 제한 선에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남부 일부 지역으로 제한되고, 베이루트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란 해외 자산 동결 해제에 동의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샤리프 총리, 무니르 육참 총장 등 참석, 3자 회담 진행

BBC, 알자지라 등은 양국 대표단이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중재 하에 마주앉았으며 정회, 서면 협의 시간을 포함하면 양국간 협상은 12일 오전 2시30분 기준 9시간을 넘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은 15시간 넘게 협상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체결 이후 11년 만의 직접 대화이자, 최고위급 대좌로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7년 만의 최초다. 정상급 비대면 접촉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바게리 카니 전 외무차관이 파키스탄 중재로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재러드 쿠슈너와 마주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샤리프 총리 등 파키스탄 측과 먼저 만나 자국 입장을 설명하고 의제를 조율했다. 샤리프 총리와 미국-이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핵심 실권자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 등이 협상에 직접 참여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계속 폭격.... 미국 300명 규모 대표단 파견

양국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접점을 찾고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알자지라는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몇 가지를 양보할 용의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기류를 전했다.

정작 타결 여부를 최종 결정할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상황에 개의치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합의를 하든 안 하든 아무 차이가 없다. 우리는 이미 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기뢰 몇 개를 설치했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제거 중"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날 30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미국 대표단에는 앤드류 베이커 국가안보부(副)보좌관, 마이클 밴스 아시아 담당 부통령특별고문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대표단에도 군사 담당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방위원회 사무총장, 제재 담당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을 포함해 약 70명이 이슬라마바드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은 종전 회담에 대해 사실상 어깃장을 놓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나의 지도 아래 이란 테러 정권과 '대리세력'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며 이란·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헤즈볼라를 겨냥한 레바논 공격을 이어가 최소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020명이 사망하고 6436명이 다쳤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