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중 유일한 '야수' 아시아쿼터 선택, 15만 달러 승부수 완벽한 대적중
데뷔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 쾅!... 구단 새 역사
이범호 감독 "절실함, 우리 선수들이 배워야" 흐뭇한 극찬
시범경기 1할대 부진 씻고 공수 맹활약... 박찬호 공백 지웠다
데뷔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 쾅!... 구단 새 역사
이범호 감독 "절실함, 우리 선수들이 배워야" 흐뭇한 극찬
시범경기 1할대 부진 씻고 공수 맹활약... 박찬호 공백 지웠다
[파이낸셜뉴스]팀의 내야를 진두지휘하는 유격수는 야구에서 그 어떤 포지션보다 대체 불가한 척추와도 같다. 지난겨울, 호랑이 군단의 내야를 든든하게 지키던 박찬호가 거액의 FA 계약과 함께 팀을 떠났을 때, 광주 팬들의 가슴 한편에는 짙은 아쉬움과 막연한 불안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이 완벽한 안도감과 환호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의 확신에 찬 승부수, '단돈 2억 원의 사나이' 제리드 데일이 챔피언스필드에 기적 같은 봄바람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KBO리그에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 나머지 9개 구단이 모두 마운드 보강을 위해 투수 쪽으로 눈을 돌릴 때,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철저하게 '유격수 공백 메우기'를 향해 있었다.
사실 호언장담을 하기는 했지만 반신반의했다. 스프링캠프에 나설때부터 이범호 감독은 데일에 대해 "좋은 선수다"라고 극찬을 했다. 그때부터 1번 타자 후보로서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2할 7푼에 15홈런 정도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거기에 시범경기에서 데일이 1할대까지 추락하자 더욱 비난 여론은 거세졌다.하지만 뚜껑을 열자 의문은 곧바로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데일은 지난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1회초 상대 선발 왕옌청의 공을 기술적으로 밀어 쳐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9일 SSG 랜더스전부터 시작된 무려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이날도 데일은 5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거기에 하주석의 호수비에 잡힌것까지 따지면 순도는 더 높다.
이 안타 하나가 가진 무게감은 엄청나다. 지난 2000년 해태 시절 훌리오 타바레스가 작성했던 데뷔전 기준 1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무려 26년 만에 갈아치운 타이거즈 구단의 새 역사다.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롯데 김용희(18경기) 등에 이은 역대 공동 6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을, KBO 무대를 처음 밟은 낯선 이방인이 단숨에 써 내려간 것이다
시범경기 당시 타율 0.129로 허덕일 때만 해도 적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데일은 180도 달라진 집중력을 뽐내고 있다. 1번 타자의 중책을 맡아 3할이 훌쩍 넘는 타율과 0.800 이상의 OPS를 기록하며 상위 타선의 완벽한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삼진보다 볼넷을 골라내는 빈도가 높을 정도로 선구안까지 빼어나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4월 11일 경기 7회에는 심우준의 타구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한 깊은 송구로 아웃을 시키기도 했다.
누구보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범호 감독이다. 사령탑은 성적 그 자체보다 데일이 타석에서 보여주는 '태도'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이 감독은 "데일을 보면 참 고맙다. 어떻게든 출루하기 위해 방망이를 짧게 쥐고 공에 집중하는 모습은 우리 국내 선수들도 빨리 배워야 할 훌륭한 자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낯선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타석 절실하게 매달리는 그의 투지가 호랑이 군단 전체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야구는 이름값이나 연봉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15만 달러의 아시아쿼터 내야수가 80억 원짜리 FA 유격수의 빈자리를 이토록 완벽하고 아름답게 지워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과감하게 '야수 픽'이라는 독자 노선을 걸었던 KIA 프런트의 예리한 안목과, 선수를 향해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내준 이범호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이 만들어낸 최고의 합작품이다.
챔피언스필드의 내야를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는 이 '푸른 눈의 복덩이' 덕분에, KIA 타이거즈의 올 시즌 앞날이 더욱 화창하게 빛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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