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중재국까지 낀 협상인데…미·이란 '호르무즈·핵' 충돌 끝 종전 결렬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2 16:48

수정 2026.04.12 16:54

이란과 협상 결렬후 파키스탄 떠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AP연합뉴스
이란과 협상 결렬후 파키스탄 떠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당초 양자 구도에서 파키스탄이 참여한 3자 회담으로 확대됐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2일(현지시간) 결렬됐다.

왜 '양자' 아닌 '3자'였나…파키스탄이 낀 이유?
파키스탄이 이번 회담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치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시에 미국과도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다. 여기에 에너지 수입과 해외 노동자 상당수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재 없이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조건 속에서 파키스탄은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통해 중재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해왔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란 공습 초기에는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이란이 사우디 유전을 공격했을 때는 다시 강하게 규탄하는 등 양측 모두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실제 협상은 파키스탄 군부를 중심으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파키스탄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이 주도했는데,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수"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고, 카불 공항 자폭테러 배후 인물 신병 확보 등에서 역할을 하며 신뢰를 쌓았다.

2주 휴전→이슬라마바드 회담…중재국 노력에도 결렬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교전과 협상 시도가 맞물리며 성사됐다.

전환점은 지난 7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신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최후 통첩' 시한 90분을 남기고, 미국과 이란은 협상 진행을 위해 2주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15개항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10개항 요구안을 역제안하며 협상 틀이 형성됐다.

휴전 합의 나흘만인 11일, 양국 대표단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협상에 돌입했다. 전쟁 발발 이후 42일만이었다.

협상에 앞서 양측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각각 만나 의제와 방식 등을 조율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해외 동결자산 해제 △중동 전역 교전 중단 등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약 21시간 동안 이뤄진 마라톤 협상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의 핵심 쟁점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미국 측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이번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자체였다"며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반면 이란 국영 타스님 통신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공통된 프레임워크와 합의 형성을 방해했다"고 맞섰다.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해협을 미국과 함께 통제하는 방안을 거부했고, 단독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 결렬로 미국과 이란 간 불안정한 2주 휴전이 지속돼 중동발 지정학·경제적 위기는 더 고조될 전망이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