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비축유 방출 없이도 4~5월을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현재 확보된 물량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유한 재고까지 더해지면서 4~5월은 비축유 방출 없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수급 위기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체 물량 확보와 수요 관리로 단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급 상황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5월 확보 물량은 지난주보다 약 10% 늘어나며 평시 대비 약 80% 수준까지 근접했다.
정부는 위기 대응을 위해 항로와 도입선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호르무즈 항로 대신 홍해 우회 항로 활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청해부대 대조영함을 통한 우리 선박 호위 방안도 논의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에 물량을 최우선 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홍해 역시 후티 반군 변수 등이 남아 있어 안전 확보가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원유 도입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정부는 카자흐스탄 등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경제성과 정제 효율성 때문에 중동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입선과 항로를 동시에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중동산 원유 도입에 따른 물류비는 정부가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도 뒤따른다. 정부는 약 8691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이 도입을 줄이는 상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공장 가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입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산업 영향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스는 카타르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산으로 대체해 최소 6월 말까지는 공급 차질이 없도록 확보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정유 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어 비중동산 도입 시 물류비와 정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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