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종이봉투 쓰고 "장바구니 가져오세요" 손님에 당부 [르포]

박경호 기자,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2 18:07

수정 2026.04.12 18:48

비닐 대란 덮친 골목상권
포장재 필수인데 재고 아슬아슬
가맹점 납품 단가 인상 등 '우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종이봉투에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종이봉투에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비닐봉지 재고가 뚝 떨어져서 특별히 드리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꼭 장바구니 들고 오세요. 요즘 비닐봉지 납품 단가가 업체에 따라 적게는 40%, 많게는 두 배까지 껑충 뛰었거든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동네 마트. 주인 김모씨는 물건을 담아주며 손님에게 연신 당부의 말을 건넸다. 김씨는 "원래 단골손님들에게는 무상으로 봉지를 넉넉하게 드렸지만, 매입 가격이 너무 오르다 보니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만 제공하는걸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촉발된 나프타 수급 대란이 골목상권을 덮쳤다.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 생산이 급감하고 납품 단가가 폭등하면서, 포장재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영업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종이봉투를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는 제과·제빵 업계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한제과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종이봉투 무상 제공을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미 상당수 매장들이 종이봉투를 유상으로 판매해 무상 정책 체감도는 높지 않다.

서울 종로구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갓 구운 빵을 종이봉투에 담으며 "비닐봉투 매입가가 훌쩍 뛰면서 기존 종이봉투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다"며 "빵은 무게가 가볍고 금방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종이봉투에 담아 드려도 손님들 불만이 적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비닐봉지 품귀의 여파는 식음료(F&B) 프랜차이즈 업계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가맹 본사에서 비축해 둔 재고 덕분에 3~4월 당장 급한 불은 비껴갔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최모씨는 "지금은 포장재가 본사에 발주를 넣을 때 예전 가격 그대로 들어오고 있지만,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발주 수량에 제한이 걸리고 있다"며 "본사 창고의 재고가 바닥나면 결국 가맹점에 공급하는 단가도 오르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대형마트 등 소비자 접점인 유통채널들도 당장은 차질없지만 포장용 비닐봉지 공급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생선·채소 등을 담는 비닐봉투가 주요 영향 품목으로 꼽히지만, 다회용 장바구니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고 현재 확보된 재고도 충분해 최소 5월 중순까지는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한달 뒤에는 종이봉투 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처지다.
편의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는 지자체 재고가 비교적 여유 있지만, 향후 원가 상승분이 판매가에 반영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어도 상황이 길어지면 포장재 가격 인상이나 납품 단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