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군복 벗었지만 군부권력 유지… 외교 시험대 오른 미얀마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2 18:21

수정 2026.04.12 18:20

쿠데타 집권 군부 수장 흘라잉
철권통치 5년만에 대통령 취임
선출된 민간정부 외형 갖췄지만
美·유럽은 '가짜 대통령' 규정
저항하던 젊은층 탈출 생각뿐
민주진영과 내전 고착화 전망
군복 벗었지만 군부권력 유지… 외교 시험대 오른 미얀마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미얀마는 민주주의의 길로 돌아왔으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미얀마 군부 수장이 민 아웅 흘라잉이 지난 10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내놓은 메시지다.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화와 민주주의가 최우선 과제"라며 체제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은 '민간 정부' 간판을 통해 외교적 공간을 넓혀 경제난 해결과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얀마를 보는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군복을 벗고 '민간 대통령'이 됐지만, 실체는 군부 통치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얀마가 총선 등 선거를 통해 '정상화'의 외형을 갖추면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이어온 서구권 국가들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군복 벗자… 서구권 '외교 딜레마'

지난 3일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은 군부가 장악한 연방의회에서 전체 584표 가운데 429표를 얻어 당선 기준인 과반을 훌쩍 넘겨 당선됐다. 민 아웅 훌라잉은 2021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후 곧 총선을 치러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쿠데타 후 총리에 오른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의 집권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군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이번 정권을 정당한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선거 역시 '가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화 되고 있는 내전과 난민 문제, 중국 영향력 확대 등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서방의 완전한 고립 전략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서방은 이제 이 '가짜 대통령'을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그와 테이블에 마주앉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은 서방의 분열을 노리고 이 신호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정 제도화로 내전 고착화 가능성"

2002년부터 현재까지 미얀마 양곤에 거주 중인 천기홍 부산외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의 취임을 "민주주의 복귀가 아니라 군정의 제도화"라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새로 신설된 연방자문위원회(UCC) 등 주요 기구에 퇴역 군 인사들이 포진하면서, 군의 이해관계가 국가 정책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현지 반응을 묻는 질문에 천 교수는 "쿠데타와 코로나19, 여기에 최근 만달레이 대지진까지 겹치며 국민들은 희망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일의 끼니가 걱정'이라는 정서가 확산돼 있다"고 짚었다.

쿠데타 초기에는 민주 진영을 지지하거나 저항 운동에 참여하던 젊은층들도 군정이 수 년째 이어지자 투쟁이 아닌 탈출을 선택하고 있다. 천 교수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제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길을 찾고 있다"면서 "한국어·일본어·중국어 능력시험에 응시하며 미얀마를 빠져나가기 위한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권력 재편은 미얀마 내전을 고착화시킬 전망이다.
천 교수는 "흘라잉 대통령의 당선은 민주 진영(NUG)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에게 있어 신독재 체재의 서막이자 더 이상 협상 조차 할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군부는 저항 세력을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군사 작전을 강화할 명분을 확보했고, 반대로 민주 진영과 소수민족 무장세력 역시 선거를 전면 부정하며 무장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천 교수의 분석이다.
천 교수는 "결국 강 대 강 대치가 심화되며 단기간 내 평화 협정보다는 소모적인 내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