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샷은 우주·양자·반도체 등
8개 핵심분야 12개 국가단체를
AI 기반 통합 네트워크로 묶어
총괄사령탑의 독립성·권한보장
고품질 'AI-Ready' 데이터 개방
산학연 가로막는 칸막이 없애야"
8개 핵심분야 12개 국가단체를
AI 기반 통합 네트워크로 묶어
총괄사령탑의 독립성·권한보장
고품질 'AI-Ready' 데이터 개방
산학연 가로막는 칸막이 없애야"
이러한 패러다임 격변 속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본격 가동한 'K-문샷(K-Moonshot) 프로젝트'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필연적인 국가적 결단이다. K-문샷은 과거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던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2035년까지 우주, 양자, 반도체, 첨단바이오 등 8대 핵심 분야의 12대 국가 난제를 AI로 선제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임무지향형 R&D'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과학AI연구센터'를 구축하고, 8000장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슈퍼컴퓨터 6호기 등 방대한 국가 컴퓨팅 자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K-문샷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국가 경쟁력의 '퀀텀점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총괄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프로그램디렉터(PD)의 철저한 독립성과 실질적인 권한 보장이다. 각 미션별 최고 전문가인 PD에게 기획, 예산 배분, 과제 조정 및 평가에 이르는 전 주기의 실질적인 권한을 전폭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나아가 정권의 변화나 단기적인 정량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실패를 용인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온전히 건널 수 있도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독립적 연구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 고품질 'AI-Ready(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의 전면적인 개방과 융합 인프라 구축이다. AI 기반 연구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양질의 데이터에서 나온다. 현재 각 부처와 산학연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쥐고 있는 방대한 연구 데이터들은 파편화되어 있어 AI가 학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기계가 즉각적으로 읽고 학습할 수 있는 표준화된 형태로 정제하여 하나의 거대한 국가 데이터 호수로 통합해야 한다. 연구자나 기관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 정비가 선행되어야 하며, 데이터 기여자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상체계도 필수적이다.
셋째, 산학연을 가로막고 있는 견고한 '칸막이'의 완전한 철폐다.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이 위력적인 진짜 이유는 구글, 엔비디아, 오픈AI 등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민간 빅테크 기업들과 국가의 핵심 국립연구소들이 장벽 없이 데이터를 공유하며 화학적으로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대학의 기초연구 역량,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축적한 핵심기술과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민간기업의 민첩한 상용화 실증능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삼각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문샷' 프로젝트는 단순히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우주 탐험이 아니었다. 그 극한의 도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대 산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K-문샷 역시 마찬가지다. 이 프로젝트는 당장 눈앞의 글로벌 기술격차를 좁히는 것을 넘어서 본격적인 AI 시대에 우리가 어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는 치열한 여정이어야 한다. 전략과 실행력으로 무장한 K-문샷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역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진정한 혁신의 '기원(Genesis)'이 되기를 기대한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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