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일자리 양극화·AI 충격, 대대적 개혁 없인 공멸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2 19:15

수정 2026.04.12 19:55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더욱 심화
청년들 취업시장 진입부터 막혀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한국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해소는커녕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형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일자리 격차다. 또 다른 문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발생하는 젊은 세대의 일자리 감소다. 두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노동시장을 덮치고 있는데도 정책 대응은 더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는 국내 노동시장에서 질 좋은 일자리 쏠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대기업 상용근로자는 전체 노동시장의 16%에 불과하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495만원으로 나머지 84%가 속한 종사자들의 292만원의 약 1.7배에 달한다. 근속연수도 두 배 가까이 차이 나고,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도 크다. 한마디로 안정적 고용뿐만 아니라 두꺼운 복지와 높은 임금까지 보장받는 일자리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서 드러난다. 노조는 반도체 영업이익의 15% 기준으로 최대 40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형국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소기업 근무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중기 취업을 외면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다.

대·중소기업 간 일자리 이중구조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더욱 늘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일자리 문제가 확산되고 있어 우려된다. AI의 급속한 확산으로 일자리의 총량 자체가 줄고 있어서다. 사무직과 서비스직 할 것 없이 AI로 대체되는 현상이 심각할 정도다.

특히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층에 미치는 타격이 걱정스럽다. 경력과 네트워크가 없는 예비 취업자들은 아예 일자리 진입 자체가 막히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기존의 대·중소기업 간 이중구조 문제에 더해 AI로 인한 세대 간 이중구조까지 겹쳐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노동시장의 균열은 세대를 넘어 사회 전체의 균열로 번질 수 있다.

굴절된 노동시장의 해법 방향은 분명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이중구조의 뿌리를 뽑는 동시에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진입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원하청 구조를 바로잡고, 직무 중심의 채용 문화와 재교육·직업훈련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요구된다. 고질적 양극화와 AI발 일자리 충격이 동시에 밀려오는 지금, 노사 모두 기득권에 안주하다간 공멸이다.


노동시장이 무너지면 산업이 흔들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 노동시장의 대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 위기감을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