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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총리 완패 시인... 헝가리 16년만에 정권 교체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3 05:16

수정 2026.04.13 05:16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와 부인 아니코 레바이가 헝가리 총선일인 12일(현지시간) 수도 부다페스트의 한 투표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와 부인 아니코 레바이가 헝가리 총선일인 12일(현지시간) 수도 부다페스트의 한 투표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헝가리를 16년 동안 통치해 온 '유럽의 강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12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 페테르 마자르가 이끄는 야당 티사(Tisza)당이 집권 여당 피데스(Fidesz)를 꺾고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표가 53.45% 진행된 상황에서 티사당은 52.49%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피데스는 38.83%에 그치고 있다.

현지 언론과 부분 개표 결과에 따르면, 티사당은 전체 199석 중 3분의 2를 넘는 135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자르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방금 전화를 걸어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며 패배를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 정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62세의 오르반 총리는 5회 연속 집권을 노렸으나 부패 척결과 공공 서비스 개선을 내세운 마자르 대표의 돌풍을 막지 못했다.

2년 전 정계에 등장한 마자르 대표는 경제 침체와 집권당에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 제도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을 파고들었다.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스스로를 유럽연합(EU)의 '가시'라고 부르며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주창해 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EU와 끊임없이 충돌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미국 정치권의 개입 논란으로도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르반을 공개 지지했으며 투표 며칠 전 J D 밴스 부통령을 파견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방문 당시 EU 관료들의 개입을 비판했고, 트럼프는 오르반의 승리 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오르반 총리는 투표 직후에도 유럽에 '중대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크라이나를 헝가리에 적대적인 국가로 묘사하는 등 안보 불안을 자극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는 "미국부터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 등 전 세계에 친구가 많다"며 자신의 외교 노선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헝가리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한다.
안드레아 사보 ELTE대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피데스의 패배는 헝가리가 더 이상의 권위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막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16년 만의 정권 교체로 헝가리는 물론 EU 내 역학 관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차기 정부를 이끌 마자르 대표는 오르반 체제에서 훼손된 법치주의 회복과 부패 척결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