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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산소 급증의 비밀, 합천 운석충돌구에서 찾았다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5 12:00

수정 2026.04.15 12:00

합천 운석충돌구 전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합천 운석충돌구 전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24억 년 전 지구 대기의 산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산소대폭발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의 오랜 수수께끼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임재수 박사 연구팀은 2020년 KIGAM이 처음 발견한 합천운석충돌구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확인하고 이것이 운석 충돌 이후 형성된 열수 호수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IF:8.9)'에 게재됐다.

15일 지질연에 따르면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약 35억 년 전 화석에서도 발견되는 등 지구 생명 진화의 중요한 증거로 평가되며, 현재는 호주 서부 샤크만, 브라질 라고아 살가다, 바하마 제도 등의 염도가 높은 호수나 연안 같은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자란다.



운석 충돌로 생긴 커다란 구덩이(충돌구)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하수와 빗물이 고여 호수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지하 깊이 묻힌 뜨거운 충격용융물이 장기간 열을 방출하면서 호수를 따뜻하게 데워 열수(熱水) 호수 환경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재수 박사 연구팀은 경남 합천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이후 열수 호수 환경이 조성됐고, 그곳에서 미생물 매트가 성장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형성됐을 가능성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합천 운석충돌구 북서쪽에서 직경 10~20cm 크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 여러 개를 발견했으며, 이는 합천 지역에서 처음 보고된 사례다.

다양한 분석을 통해 스트로마톨라이트 내부에서 운석과 주변 암석의 특징이 함께 나타나고, 뜨거운 물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확인하며 합천 운석충돌구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운석 충돌 이후 형성된 호수 환경에서 성장했음을 밝혔다. 특히 스트로마톨라이트 중심부에서 이러한 열수 영향 흔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성장 초기에는 열수 활동이 활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약 24억 년 전 초기 지구의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 산소대폭발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의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초기 지구의 빈번한 운석 충돌로 형성된 열수 호수가 산소를 공급하는 주요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와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성장을 촉진해, 산소를 국지적으로 공급하는 '산소 오아시스(oxygen oasis)'로 기능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산소대폭발 사건 시기에 왜 산소가 그토록 급증했는지'를 둘러싼 과학계의 오랜 논쟁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

더 나아가 초기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와 같은 생명의 흔적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도출했다.
화성에는 초기에 물로 채워져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운석충돌구가 남아 있을 수 있기에, 운석충돌구 외곽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와 같은 형태로 형성된 유기물층이나 암석들을 찾는 것이 앞으로 화성 탐사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1년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 발견(First finding of impact cratering in the Korean Peninsula)'이라는 제목으로 '곤드와나 리서치(Gondwana Research)'에 발표한 연구논문의 후속이다.
KIGAM 연구팀이 직접 분지지형을 대상으로 야외조사와 다양한 분석을 수행해 처음으로 한반도에 운석충돌구가 존재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며 화제가 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