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오찬서 2002년 월드컵 한국-폴란드전 소환
[파이낸셜뉴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청와대 공식 오찬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전 패배를 꺼내며 농담을 던졌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정상 외교 자리에서 24년 전 월드컵 기억을 소환하며 오찬장 분위기를 풀어냈다는 평가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공식 오찬 답사에서 "저는 여태까지 폴란드와 대한민국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난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딱 하나만 제외를 하자면"이라면서 "그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 팀이 폴란드 팀을 이기면서 폴란드 팀이 월드컵에 탈락했던 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오찬장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고 투스크 총리는 "하지만 저희는 이제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투스크 총리가 언급한 경기는 지난 2002년 6월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이다. 당시 한국은 황선홍의 선제골과 유상철의 추가골로 폴란드를 2대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첫 승을 거뒀다. 한국 축구로선 월드컵 6번째 출전, 15번째 경기 만의 첫 승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변의 대기록이 작성된 유쾌한 기억이지만, 당시 폴란드 국민에게는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탈락 우려를 키운 뼈아픈 패배로 남아있다.
이날 오찬은 오후 1시11분 이 대통령과 투스크 총리가 함께 입장하며 시작됐다. 양국 국가 연주 뒤 이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리님이나 저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이라고 했고, 폴란드어로 "Na zdrowie(건배)"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투스크 총리는 한국을 "믿을 수 있고 책임감 있고 그리고 친밀감이 넘치는 파트너"라고 평가한 뒤 월드컵 농담을 꺼냈다. 그는 또 "다음에는 바르샤바에서 같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도 제안했다.
투스크 총리는 답사에서 양국의 역사적 경험과 가치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폴란드가 1500명의 한국전쟁 고아들을 받아들였던 일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동일한 이해 관계뿐만 아니라 동일한 가치관을 갖고 미래를 함께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한은 폴란드 총리로선 27년 만의 양자 방문이자, 투스크 총리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이다. 양 정상은 1989년 수교 이후 축적된 신뢰와 우의를 토대로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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