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봉쇄’로 중동전쟁 오리무중
러시아 포함, 수입선 확보에 총력을
러시아 포함, 수입선 확보에 총력을
미국의 의도는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원유 수출로 돈을 버는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죄고, 이란 원유 80∼90%를 수입하고 무기 제공 의혹도 받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쟁 재개와도 같은 미국의 조치에 이란은 조금도 굴복하지 않고 항전하겠다는 의사를 재천명했다.
휴전과 종전 회담으로 전쟁이 끝날 것 같았던 중동 사태는 협상 결렬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원유와 요소, 천연가스 등의 공급난으로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한국 경제는 더욱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더 강도 높은 대응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고, 전쟁이 더 오래 끌면 150달러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비싼 돈을 주고도 원유를 조달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전체 산업이 마비되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정해서 대응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이나 가정용보다 산업용 공급은 더 중요하고, 결코 공급이 끊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비축유는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최대한 아껴야 한다.
원유 등의 에너지 공급 부족에 대처하는 수단은 상대적으로 덜 급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민생을 의식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결과는 수요가 더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자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유소나 대리점에는 피해를 주는 최고가격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고가격제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을 넘어 국민의 안이한 인식을 부추기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차량 2부제를 전면 시행하고, 전 국민적 캠페인을 벌여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단순 출퇴근 등의 용도로는 아예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자발적 소비감축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차량 부제 운행을 버젓이 어기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는 행태다.
중동 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공급받는 도입선 다변화는 전체 산유국을 상대로 모색해야 한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 유전을 개발하듯이 산유국들과 외교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최근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흑해 항구를 통해 도입했다는데 여간 반가운 성과가 아니다.
필요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도 도입을 추진해야 하며, 아프리카나 남미까지도 탐문해야 한다. 기름의 질이나 도입 경로상의 어려움이 있어도 어떻게든 하루치의 원유라도 먼저 확보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국면이다. 세계 각국이 또 하나의 전쟁 같은 원유 확보 경쟁을 벌이는 판국인데 자칫 멈칫거리다가는 질 낮은 원유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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