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원장 "비교적 순탄 운영…"
세부지침 통해 노사분쟁 예방해야
세부지침 통해 노사분쟁 예방해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열린 제3차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에서 노봉법과 관련, "현시점에서 혼란을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현장에서 법이 정한 틀 내에서 안정적인 교섭질서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했다. 노사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적 독립기관인 중노위와 주무부처 수장이 모두 법 시행이 순조롭다는 인식을 보인 셈이다.
정부 측의 이 같은 인식과 달리 기업 현장에서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봉법 시행 한달 동안 1012개 하청 노조·지부·지회가 372개 원청기업에 교섭을 요구했고, 이에 관련된 노동자만 14만7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동위 판단도 하청노조에 우호적으로 형성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섭단위 분리까지 인정되는 추세여서 협력업체가 많은 기업들은 연중 내내 교섭에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노동위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한 정황을 근거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사용자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안전조치를 강화하면 노봉법 적용 대상이 되고, 이를 소홀히 하면 중대재해법 위반 위험에 놓이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초 안전을 의제로 시작된 교섭이 직접고용이나 임금 인상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노위원장이 의제 확대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그 역시 교섭 과정에서 간접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의 우려를 단순한 기우로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 원·하청 간 갈등이 확대될 공산도 크다. 산업안전을 명분으로 파업을 한 뒤 파업 목표를 임금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능한지, 파업 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 등 핵심 쟁점마다 해석이 엇갈린다. 의제별 교섭을 허용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줄소송이 이어지며 노사 모두 큰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노봉법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범위, 쟁의행위의 한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원·하청 구조의 특수성을 반영한 세부지침을 통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노사 간 힘겨루기 속에 정책 신뢰가 흔들리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히 반영한 보완책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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