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실점에도 흔들림 '0'… 위기에 빛난 완벽한 평정심
데뷔 첫 세이브 수확... 2경기 2.2이닝 1실점 1홀드 1세이브
서스펜디드 12K 역투! '황금사자기 영웅'의 강심장
"볼질로 자멸하지 않는다" 정면승부 즐기는 최고 배짱 투수
데뷔 첫 세이브 수확... 2경기 2.2이닝 1실점 1홀드 1세이브
서스펜디드 12K 역투! '황금사자기 영웅'의 강심장
"볼질로 자멸하지 않는다" 정면승부 즐기는 최고 배짱 투수
[파이낸셜뉴스] 마운드 위에서 투수가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 타자의 방망이가 아니라,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멘탈 때문이다. 아무리 155km의 강속구를 펑펑 뿌려도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지 못하고 볼넷을 남발하면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압도적인 구위가 아니더라도 타자와 피하지 않고 싸울 줄 아는 '배짱'이 있다면, 그 투수는 벤치가 가장 믿고 쓰는 필승조가 된다.
현재 KIA 타이거즈 마운드에서 그 '배짱'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투수, 바로 2년 차 스무 살 영건 성영탁이다.
지난 12일 경기에서 성영탁이 보여준 투구는 그의 진가를 고스란히 증명했다.
구원 등판해 2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도 그의 투구에는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9회 마지막 이닝에 1점을 내주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앳된 얼굴의 이 투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끝까지 마운드를 지켜내며 이닝을 매조지었다. 위기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는 완벽한 평정심이었다. 그 덕에 KIA는 이틀 연속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하며 최종 3연승을 완성했다.
사실 성영탁의 이러한 강심장은 이미 고교 시절 고교야구 최고의 무대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바 있다. 지난 2023년, 모교인 부산고에 창단 첫 황금사자기 우승 트로피를 안겼던 결승전 선발 투수가 바로 성영탁이었다.
당시 결승전은 비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1회 무사 1, 2루의 최대 위기 상황에서 재개됐다. 미끄러운 마운드와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성영탁은 선린인터넷고 타자들을 상대로 무려 1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6이닝 3실점(2자책)의 괴력투를 선보였다.
부산고 박계원 감독이 "말없이 묵묵하게 팀이 원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는 모범생"이라고 표현했던 그의 가슴속에는, 그 누구보다 뜨겁고 담대한 사자의 심장이 뛰고 있었던 것이다. 대선배 추신수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기뻐했던 것도 바로 후배들의 이런 투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성영탁은 원상현에게 철저하게 가려졌다. 프로 문턱도 10R로 턱걸이 진출이었으며, 입단 첫해에는 캠프도 따라가지 못했다.
프로 무대에 입성한 성영탁은 또 한 번 진화했다. 프로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며 구속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성영탁의 진짜 무기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다. 바로 볼넷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존을 찌르는 핀포인트 제구력이다.
성영탁은 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하지만 좌타자의 몸쪽 깊숙한 곳을 망설임 없이 찌르고 들어가는 포심 패스트볼은 일품이다.
여기에 고교 시절부터 타자들을 추수하듯 베어 넘겼던 명품 슬라이더와 새롭게 장착한 투심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낸다. 불펜이 볼넷으로 자멸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벤치 입장에서, 타자와 정면승부를 펼치는 성영탁은 가장 든든한 카드일 수밖에 없다.
화려한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수도 필요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고교 사령탑이 보증했고, 이범호 감독이 선택했다. 황금사자기 결승 무대가 증명했던 그 담대함. 지금 KIA 타이거즈 불펜에서 가장 두려움 없이 공을 뿌리는 '강심장' 성영탁의 성장이 광주 팬들의 가슴을 매일 밤 설레게 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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