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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차단" "결사항전" 대치에도… 美-이란 대화는 재개할듯 [美 "호르무즈 봉쇄"]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3 18:20

수정 2026.04.13 18:20

美, 이란의 원유 수출 차단 목적
이란도 전면 무력충돌 경고했지만
전쟁 길어지면 양국 모두 치명타
트럼프 "이란, 협상장 떠나지 않아"
"돈줄 차단" "결사항전" 대치에도… 美-이란 대화는 재개할듯 [美 "호르무즈 봉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종전회담이 '노딜(No-deal)'로 막을 내리자 양국은 곧바로 호르무즈해협으로 무대를 옮겨 주도권 싸움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해상 역봉쇄'라는 초강수를 두자 이란도 전면적 무력충돌을 경고했다.

양국 모두 전쟁 장기화를 경계하는 가운데 이번 해상 봉쇄 카드가 교착 상태에 빠진 대화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최대 압박용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美 '경제 숨통 끊으면 돌아오겠지'

군사적 긴장감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살얼음판 대치 속에서도 트럼프의 시선은 이란과의 협상에 고정돼 있다. 트럼프는 종전회담 결렬 직후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이 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화 재개를 낙관했다.

이어 이란이 다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는 "이란은 지금 매우 좋지 않은 상태이고 절박한 상황"이라며 "그들에게는 카드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를 기해 개시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란을 협상장으로 강제로 끌어내기 위한 용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란이 대미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삼아온 해협 통제권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서도 제3국 유조선에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하고, 일평균 185만배럴의 원유를 서방과 중국 등에 수출해 막대한 전쟁자금을 조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유가 상승이라는 내부적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란의 돈줄을 원천 차단해 완전한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트럼프가 회담 결렬 배경을 설명하며 "협상이 막판으로 가면서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들이 핵 야망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우리가 필요로 한 모든 사항을 다 얻어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장 민감한 핵 문제에서만 타협점을 찾는다면 언제든 외교적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인 만큼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협상장 곧 차릴 듯

반면 생존의 기로에 선 이란은 결사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사령부는 관영 매체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당국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며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이 비좁은 해협의 지리적 특성상 미군 함정과 이란군이 지근거리에서 맞붙는 이중 봉쇄가 가동되면 사소한 우발적 충돌이나 드론 공격 하나조차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양국은 조만간 대화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은 미군의 반격을 받아 호르무즈 통제권을 잃을 경우 정권의 생존과 제재 해제라는 목표가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미국 역시 인기 없는 전쟁이 장기화의 수렁에 빠지는 것은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치명적이어서다.

다만 핵심 우방인 영국의 이탈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예기치 않은 변수다.
영국 정부는 "세계 경제와 생활비 안정을 위해 호르무즈해협의 개방과 항행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봉쇄 작전에는 불참을 선언했다. 그 대신 프랑스 등과 다자협력을 통한 독자노선을 천명하며 미국의 군사력 투입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동맹국의 엇박자로 인해 트럼프의 군사적 선택지는 좁아졌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양국이 외교적 해결책에 더 매달려야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