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헝가리, 16년만에 정권교체… EU·나토와 동맹 강화 전망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3 18:24

수정 2026.04.13 18:23

野 마자르 '민생' 앞세워 승리
'극우' 오르반, 장기집권 종식
트럼프·푸틴 강력한 우군 잃어
유럽 정상들 일제히 축하메시지
12일(현지시간) 헝가리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변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친유럽 성향 보수 정당 티서의 지도자 페테르 마자르가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정치 신인 마자르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의 16년간 이어온 장기 집권을 종식시켰다.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헝가리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변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친유럽 성향 보수 정당 티서의 지도자 페테르 마자르가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정치 신인 마자르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의 16년간 이어온 장기 집권을 종식시켰다. AFP연합뉴스
헝가리를 16년간 통치하며 유럽 내 강권 통치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오르반의 권위주의 정책과 극우 행보 대신, 유럽연합(EU)과의 관계 회복을 내걸고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인물을 선택했다.

AP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들은 약 90% 개표율 속에 페테르 마자르가 이끄는 티사당이 53.7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7.65%를 얻은 오르반의 피데스당에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티사당은 전체 106개 선거구 중 94곳에서 승리가 확실하다.

마자르는 과거 오르반의 충성파였으나 정권의 부패를 폭로하며 야권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그는 거창한 이데올로기 대신 보건 의료, 대중교통 등 일상적인 민생 문제와 반부패 정책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투표율은 약 80%로 민주화 이후 가장 높았다.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원했음을 보여줬다.

시민들은 부다페스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마자르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오늘 밤, 진실이 거짓을 이겼다"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고통스러운 결과"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승리한 정당에 축하를 보낸다"며 "이제 야당의 자리에서 헝가리 조국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마자르의 승리로 헝가리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관계 정상화를 예고했다.

오르반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며 EU와 나토 내에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왔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오르반을 지지했었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900억유로(약 157조원) 규모의 EU 지원안을 거부해 내부의 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 정상들은 즉각 마자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EU 내 의사 결정 구조를 정상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 유럽은 항상 헝가리를 선택해왔다"며 앞으로 EU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키어스 스타머 영국 총리도 헝가리 뿐만 아니라 "유럽의 민주주의를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의 유럽 복귀를 환영한다는 축하 성명을 냈다.

반면 마자르의 승리는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서 "러시아인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헝가리는 EU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오르반은 노골적인 친러 행보를 보이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반대했다.


오르반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시도를 강력히 저지했으며 크렘린은 오르반을 통해 서방 체제 내부를 흔드는 불안정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BBC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유럽 내 경제 상황 악화와 에너지 수급난을 틈타 헝가리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력한 우군을 잃게 된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동유럽 내 영향력 행사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