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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자사주 풀렸다… EB 권리행사 8600억 [자사주 소각 대신 EB행사]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3 18:29

수정 2026.04.13 18:29

증시 활황·상법 개정 맞물려 확대
작년동기比 4배 급증 ‘역대 최대’
자사주 교환대상 발행 기업들 집중
"소각 의무화한 제도 강제성 영향"
잠자던 자사주 풀렸다… EB 권리행사 8600억 [자사주 소각 대신 EB행사]
증시 활황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으로 교환사채(EB) 권리행사 규모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EB 교환권 행사 규모는 8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05억원 대비 4배 급증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EB는 발행사가 보유한 자사주 또는 제3자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코스피 5000선 안착 후 교환가를 웃도는 종목이 늘면서 EB를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사주 관련 제도 변화도 한몫했다. 지난달 국회는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해야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기업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거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제약이 커지면서, 우호세력을 포함한 투자자 대상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이 늘고 동시에 주가상승으로 교환권 행사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 EB 권리행사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EB를 발행한 기업들에 집중됐다. 잠자던 자사주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하림지주, 에코프로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1·4분기에 몰린 EB 교환 물량이 단기적인 수급 부담을 키워 주가 변동성 확대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앞서 EB 발행을 백지화한 곳도 적지 않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1월 3200억원 EB 발행을 계획했다가 주가 하락세와 주주가치 침해 논란 등으로 철회한 바 있다. 광동제약 역시 지난해 10월 공시를 통해 250억원 규모 EB 발행 계획을 거두어들였다. 양사 모두 사실상 자사주를 처분하려다 한발 물러선 셈이다.

올해 1·4분기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사는 200개사를 넘어섰다. 상법 개정과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 등으로 자사주 정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기준으로 지난 2021년 64개사에 불과하던 소각 기업 수는 △2023년 102개 △2024년 165개 △2025년 240개로 급증했다.
올해는 가파른 증가세를 타고 있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설 전망이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제도적 강제성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최근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6개월 내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유예기간에도 개정안 통과 직후 2주 동안 50여개 상장사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는 등 선제적으로 의사결정에 나서 정책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