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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제 사태, 미들 파워와 손잡아야" [fn이사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3 18:33

수정 2026.04.13 18:33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
동맹질서 변화… 이젠 각자도생
호주·캐나다·EU 중견국 동맹 맺고
이란 사태 대응·국익 확보 나서야
선진국 답게 수동적 외교는 그만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 신각수 부이사장 제공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 신각수 부이사장 제공
"선진국 위상에 걸맞지 않게 우리 외교방식이 여전히 '수동적 외교'에 머물러 있다."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사진)은 13일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이같이 평가했다. 신 부이사장은 외교부에서 조약국장, 주유엔차석대사, 외교부 2차관을 지낸 '다자외교통'으로 꼽힌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 여부가 우리 경제의 생존에 사활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협 통항의 자유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밝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 중 6개국(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과 네덜란드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낸 지난달 19일 우리나라의 소극적 추종외교의 모습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하루 늦은 20일 동참을 선언했지만,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서 G7 국가들과 이러한 국제 현안에 대해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신 부이사장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란 외무부 장관과 두 차례나 직접 통화를 한 점을 짚으며, 외교부가 단순히 양국 현안 및 관계 복원을 논의키 위한 장관 특사를 이란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종전협상으로 구상하고 있는 항행료 부과에 대해 항행의 자유를 위반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이란에 분명히 하고 이런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려야 한다. 우리 국익을 고려한 국제법 원칙을 존중해달라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거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만 연거푸 콕 집어 불만을 표한 것도 좀 더 세련되게 다뤘어야 했다는 의견이었다. 직접적으로 미국 편을 들지는 않더라도 이란 외무부 장관과 통화할 때 통행료 문제에 대해 국제법상 논리를 들며 대외적인 입장을 밝히면 간접적으로나마 미국을 거들어주는 모양새가 돼 우리 입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미국의 파병 요구에 대해서도 한반도 안보상황과 실제 군사능력 부족 등을 설명하며 가능한 협조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대응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이사장은 이같이 복잡한 외교 방정식을 능동적으로 풀기 위해선 다른 선진 중견국가(middle power)들과 연대를 돈독히 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신 부이사장은 "이란과 개별 협상을 하지 않는 게 우리 입장이라면 국제 해협에서 통항권 확보라는 하나의 공동의제를 설정해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자발적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우리 외교력의 승수효과는 물론 서구 자유진영의 중견국가로서 국익과 국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부이사장은 각자도생 시대에 이 같은 다자외교 역량이 외교통상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무기라고 공언했다. 신 부이사장은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서방에 속하는 한국을 안보와 경제 면에서 '케어(보호)'해주는 시기가 지났다.
우리 국익을 위해선 비용 부담을 두려워 말고 더 적극적이고 대범해져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다자외교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국제 무대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jiwon.song@fnnews.com 송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