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배임죄 전면 폐지 추진
법무부는 연구용역 결과 기다려
전문가 "엄격한 법 운용이 우선
형법상 배임죄는 반드시 필요해"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배임죄 족쇄'를 풀기 위해 전면 폐지 대신 적용 요건을 대폭 엄격화하자는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위험성'만으로 처벌하는 현행 판례의 틀을 깨고 실질적 손해가 발생했을 때만 책임을 묻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 활력을 되찾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연구용역 결과 기다려
전문가 "엄격한 법 운용이 우선
형법상 배임죄는 반드시 필요해"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배임죄 폐지 관련 연구용역을 지난달 말 마무리하고 결과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의 핵심인 배임죄 폐지 여부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체입법 방향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재계는 배임죄가 경영상 판단으로 내린 결정으로 발생한 손실도 형사책임으로 연결된다며 '과도한 형벌'이라고 비판해왔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지난 1월 국회와 법무부에 호소문을 통해 배임죄를 전면 개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민사적 해결방안이 우선이고, 대체법안 마련 시 독일 등 사례를 참조해 적용 대상과 처벌 행위의 구성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984년 입법된 특경법상 배임죄나 기준이 모호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등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자의적 해석'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실제 손해를 안 봐도 위험성만으로 배임죄를 인정하는(위태범) 현행 판례는 문제가 있다"며 "대체입법을 고민하기보다, 임무 위배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익이 실질적으로 침해됐을 때만 유죄판단을 내리도록(침해범) 법 운용을 엄격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부동산 이중양도나 곗돈 탈취 등 민사적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 많기 때문에 형법상 일반 배임죄는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고 전제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대상인 '임무 위배' 개념을 좁히고, 독일 등 선진국 사례처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주체 범위를 상세히 규정해 확대 해석을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독일 형법은 배임죄의 주체를 법률이나 관청의 위임 등으로 권한이 인정된 자로 매우 구체화해 법적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상황을 고려할 때 규율 공백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미국처럼 배임죄 대신 법인의 책임을 묻는 방식을 참고하거나 주체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경영권 보호와 사법 정의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지난달 국회 간담회에서 "배임죄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다"면서도, 결국 문제의 핵심은 법 자체보다 해석과 운용 방식에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배임죄는 현재 재산범죄 상당 부분을 규율하고 있어 쉽사리 폐지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한다. 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상법상 임원의 특별배임죄 등 여러 법률에 규정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배임죄 전면 폐지가 당장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경영 판단의 원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정비해야 한다"며 "적용 요건만 엄격히 해도 재계가 체감하는 사법 리스크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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