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에게 맞은 뼈아픈 한 방, 그러나 고개 숙이지 않은 대졸 신인의 '강심장'
장충고·한일장신대 시절은 잊어라… 150km 강속구와 '마구' 체인지업의 조화
"무조건 성공할 투수" 적장 타자도 인정했다, 김풍철 팀장의 안목이 빚어낸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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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성공할 투수" 적장 타자도 인정했다, 김풍철 팀장의 안목이 빚어낸 쾌거
[파이낸셜뉴스] 야구에서 투수가 실점하지 않고 시즌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위대한 투수라도 언젠가는 홈런을 맞고, 패전의 멍에를 쓴다. 중요한 것은 무너진 바로 그다음 순간, 마운드 위에서 투수가 보여주는 '태도'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맞대결. 1-1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롯데 자이언츠의 마운드에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대졸 신인 박정민이 올랐다. 그리고 뼈아픈 시련이 찾아왔다.
박정민의 프로 데뷔 첫 실점이자 첫 피홈런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평균자책점 '0'의 행진도 1.17로 소폭 상승했다. 8연승을 내달리는 선두 LG에 2-1 승리를 헌납하는 결승타였기에, 신인 투수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질 법도 했다.
하지만 롯데 팬들이 이 경기에서 진짜 주목하고 위안을 삼아야 할 대목은 바로 피홈런 직후의 상황이다.
동점 균형을 깨는 뼈아픈 홈런을 맞은 신인 투수라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제구가 흩날리거나, 볼넷을 연발하며 자멸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박정민은 달랐다. 그는 당황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언제 홈런을 맞았냐는 듯 묵묵히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뿌렸고, 후속 타자들을 상대로 무려 세 타자 연속 삼진(KKK)을 솎아내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실투 하나로 패전의 멍에를 썼을 지언정 , 마운드 위에서의 기세만큼은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신인의 무서운 투쟁심이 빛난 순간이었다.
현재 박정민이 보여주는 폼은 4년 전 장충고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작년 한일장신대 시절과 비교해도 한 단계, 아니 그 이상 진일보했다.
불펜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춘 데다, 스피드건에 시속 150km를 거뜬히 찍어 누르는 묵직한 강속구를 장착했다.
무엇보다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의 '체인지업'이다. 박정민 특유의 다소 와일드하고 역동적인 투구 폼은 타자들에게 패스트볼의 타이밍을 강요하는데, 똑같은 팔 스윙에서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홈런의 당사자인 오스틴마저 경기 후 "박정민은 정말 퀄리티 높은 공을 던지는 확실한 투수다. 앞으로 KBO리그에서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 것은 결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맛본 실점의 쓴맛. 하지만 그 한 방은 박정민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불펜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의 훈장'과도 같다.
홈런을 맞고도 침착하게 'KKK'를 꽂아 넣는 그 담대함이라면, 롯데 팬들은 결코 어제의 패배에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거인 군단의 마운드에는 지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보물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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