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장기전의 숙명인 '부상'… 변수 속에서 빛나는 사자 군단의 저력
에이스 원태인·매닝부터 캡틴 구자욱까지… 첩첩산중 '부상 악재'
26명 출루하고 6득점? 답답한 흐름 속에서도 기어코 따낸 '집념의 역전승'
주축 줄이탈에도 단독 2위 질주… 올 시즌 삼성이 진짜 무서운 이유
에이스 원태인·매닝부터 캡틴 구자욱까지… 첩첩산중 '부상 악재'
26명 출루하고 6득점? 답답한 흐름 속에서도 기어코 따낸 '집념의 역전승'
주축 줄이탈에도 단독 2위 질주… 올 시즌 삼성이 진짜 무서운 이유
[파이낸셜뉴스] 프로야구는 장장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길고 험난한 마라톤이다.
이 기나긴 여정 속에서 선수의 부상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운이 아니라, 모든 팀이 숙명처럼 마주해야 하는 '상수'이자 자연스러운 변수다. 이 자연스러운 변수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팀은 필연적으로 도태된다. 진정한 강팀의 조건은 100%의 전력일 때 얼마나 화려한 야구를 하느냐가 아니라,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간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버텨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삼성 라이온즈가 그 '진짜 강팀'의 품격을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엔트리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부상 병동'이 따로 없다. 마운드에서는 원태인이 시즌 초부터 이탈했다가 이제 막 복귀했다. 외국인 투수 매닝은 아예 시즌 전 이탈했다. 긴급하게 호주 국가대표 오러클린을 단기로 수혈했지만, 아직은 미덥지 않다.
야수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전 우익수 김성윤이 옆구리 손상으로 빠진 데 이어, 내야의 핵심 동력인 김영웅마저 햄스트링 문제로 쉼표를 찍었다.
여기에 믿고 싶지 않은 최대의 악재까지 터졌다. 사자 군단의 심장이자 타선의 기둥인 '캡틴' 구자욱마저 쓰러진 것이다. 지난 12일 NC전에서 3루타를 쳐내고 베이스로 파고들던 거침없는 슬라이딩이 화근이 되어 결국 왼쪽 갈비뼈 미세 실금 진단을 받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팀 내 비중이 절대적인 캡틴의 이탈이기에 벤치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상위타선에 포진해야할 3명이 빠지다보니 타순이 텅 비어버렸다.
이쯤 되면 팀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지며 연패의 늪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올 시즌의 삼성은 다르다. 날카로운 이가 모두 빠져버린 상황에서,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잇몸'으로 끈질기게 버텨내고 있다.
구자욱이 결장한 14일 대전 한화전은 지금 삼성이 가진 '이기는 DNA'를 여실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헐거워진 탓에 공격의 맥은 번번이 끊겼다. 무려 18개의 4사구를 얻어내고 8개의 안타를 치며 도합 26명의 주자가 베이스를 밟았지만, 잔루를 산더미처럼 쌓으며 단 6득점에 그치는 고구마 경기가 이어졌다. 5회에 나온 디아즈의 병살타는 치명타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다. 삼성은 경기 후반 상대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타 무서운 집중력과 침착한 눈야구를 발휘했고, 8~9회 무려 9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며 기어코 6-5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4연승을 달성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답답함 속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해 내는 집념. 잇몸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물고 늘어지는 이 독기가 바로 우승 후보를 가늠하는 강팀의 징표다.
외국인 투수, 주전 내야 외야 야수진, 그리고 캡틴까지. 팀의 중추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삼성은 놀랍게도 9승 4패의 성적으로 리그 단독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위기 때마다 베테랑 백업 자원들이 소금 같은 활약을 해주고, 대체 선수들이 제 몫 이상을 해내며 훌륭하게 빈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단단하게 버텨내는 힘. 어쩌면 길게 늘어선 부상자 명단보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단독 2위'라는 현재의 순위표가 올 시즌 삼성을 더욱 무섭게, 그리고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증거일 것이다. 부상자는 시간이 걸릴 뿐 언제고 복귀를 하기 때문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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