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해녀박물관, '불턱 토크쇼' 운영… 공감으로 해녀 삶 듣는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5 10:02

수정 2026.04.15 10:02

11월까지 매월 1회 전현직 해녀와 직접 대화
물질 기술 아닌 삶의 언어로 해녀문화 풀어내
제주 공동체 기억 잇는 살아있는 구술 무대
지난 3월 25일 열린 첫 ‘불턱 토크쇼’에서 구좌읍 세화마을 해녀들이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행은 신산리 전유경 해녀가 맡고 영락리 최정윤 해녀가 영어 통역을 맡아 외국인 관람객도 해녀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3월 25일 열린 첫 ‘불턱 토크쇼’에서 구좌읍 세화마을 해녀들이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행은 신산리 전유경 해녀가 맡고 영락리 최정윤 해녀가 영어 통역을 맡아 외국인 관람객도 해녀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이 전현직 해녀들이 직접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기획공연 '불턱 토크쇼'를 오는 11월까지 매월 1회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운영한다. 제주 해녀문화를 지식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이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불턱'은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기 전후 몸을 녹이고 숨을 고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다.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살피던 공동체 공간이었다. 해녀 사회의 생활 문화와 연대의 감각이 쌓인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토크쇼는 바로 그 불턱의 의미를 오늘의 박물관 안으로 옮긴 프로그램이다. 평생 바다에서 물질해 온 해녀들이 관람객과 직접 만나 물질의 기억과 삶의 굴곡, 바다의 변화, 해녀 공동체의 질서를 들려준다. 해녀 문화를 눈으로만 보는 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귀로 듣고 마음으로 이해하게 하려는 취지다.

토크쇼는 매월 셋째 또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해녀박물관 1층에서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다. 진행은 신산리 전유경 해녀가 맡고 영락리 최정윤 해녀가 영어 통역을 맡아 외국인 관람객도 해녀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

첫 회였던 지난 3월 25일에는 세화마을 해녀들이 참여해 현장의 물질 이야기를 풀어냈다. 해녀박물관은 관람객 반응을 바탕으로 남은 일정도 이어갈 계획이다.

해녀박물관 ‘불턱 토크쇼’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전현직 해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해녀박물관은 올해 도내외 국제행사와 축제 현장으로도 프로그램을 넓힐 계획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해녀박물관 ‘불턱 토크쇼’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전현직 해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해녀박물관은 올해 도내외 국제행사와 축제 현장으로도 프로그램을 넓힐 계획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 프로그램이 더 주목되는 이유는 해녀가 제주 문화에서 차지하는 무게 때문이다. 해녀는 단순한 여성 직업군이 아니다. 바다를 삶터로 삼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마을 공동체를 지탱해 온 제주 여성 노동의 상징이다. 거친 바다에서 서로의 생명을 의지하며 일해 온 경험은 협동과 절제, 분배와 돌봄의 문화를 함께 만들었다. 제주 해녀문화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런 공동체 가치와 생활의 지혜가 깔려 있다.

그래서 해녀 이야기를 듣는 일은 옛 풍속을 구경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한 시대 제주 여성들이 어떻게 노동했고 어떻게 공동체를 지켰는지 듣는 일이기도 하다. 바다와 맞서 살아온 개인의 기억이 곧 지역의 문화사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해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구술 프로그램의 의미는 더 크다. 해녀문화는 장비나 기술만 남긴다고 이어지지 않는다. 말투와 생활 감각, 바다를 읽는 방식, 동료와의 소통 방식과 태도까지 사람을 통해 전해져야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토크쇼가 해녀문화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한 방식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녀박물관은 올해부터 도내외 국제행사와 다양한 축제 현장으로도 토크쇼를 넓혀 해녀문화를 더 많은 관람객에게 알릴 계획이다. 박물관 안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제주 바깥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종수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관람객이 해녀들의 삶과 지혜를 가까이에서 듣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