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합리화위 첫 전체회의서 "금지한 것 빼고 다 허용" 전환 주문
새벽 스쿨존·인감증명 등 체감형 규제 발굴
"적극행정하다 평생 수사·감사로 고생했다" 토로도
새벽 스쿨존·인감증명 등 체감형 규제 발굴
"적극행정하다 평생 수사·감사로 고생했다" 토로도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첨단기술·첨단산업 분야 규제를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정부가 가능한 행위를 미리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기술 변화와 산업 현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새벽 시간대 스쿨존 속도제한 같은 생활밀착형 규제까지 위원회가 직접 발굴해 각 부처를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합리화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규제를 정리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야 한다"며 "첨단 기술·첨단 산업 분야에 있어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를 철폐와 강화로만 나눠 볼 게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만들고 효용이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큰 규제는 완화하고 철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산업 발전 단계가 낮을 때는 관료들이 정해주면 됐지만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 발전 수준이 높아지면 공공 영역이 민간 영역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이것만 하세요'라고 정해 놓으면 현장에서는 규정을 바꾸고 허가를 받아야 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첨단 분야에서는 판단해서 하면 안 되는 것들만 금지하고, '이건 안 돼' 하는 것 외에는 다 되게 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사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엄청 불안하다"며 "문제가 생기면 즉각 금지하든지 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지역 전략과도 연계됐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는 길 중 하나가 규제 합리화"라며 "전국 단위로 일률적으로 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특정 지역과 영역에서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특구를 대규모 지역 단위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으로 자원 배분 효율이 떨어지고 땅값 부담이 커진 만큼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서도 대규모 규제특구가 필요하다는 구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규제가 함께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공휴일 새벽 시간대 스쿨존 시속 30㎞ 제한, 인감증명, 대형 유통점 강제휴무, 차량공유 규제 등을 사례로 들며 체감형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거 권유하지 말고요. 직접 하시라"며 "규제 개혁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구체적인 안건을 여기서 만들어 각 부처에 제안하면 부처가 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본인의 경험을 언급하며 적극행정에 대한 문제도 꺼냈다. 이 대통령은 성장분과 위원의 제안을 들은 뒤 "공직자들이 어떤 마인드로 공무에 임하느냐는 그 나라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크다"며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매우 억압적인 문화 속에서 절대 문제 되는 일을 하지 말자고 하는데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진짜 적극적 행정을 하다가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 이 자리에 오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에 평생 고생하고 있다"며 "열심히 하면 문제가 돼 수사, 감사를 받고 열심히 안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는 규제개혁위원회가 28년 만에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개편된 뒤 열린 첫 전체회의다. 이 대통령은 규제 개혁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난 2월 규제합리화위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체제로 격상시킨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남궁범 전 에스원 대표이사,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 등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3명에게 위촉장을 줬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