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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울린 '내 이름은' 엔딩 크레딧..."한강 소설 서문 읽고 깜짝 놀랐죠"[인터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6 09:50

수정 2026.04.16 20:15

한강 작가 '작별하지 않는다' 서문 본 일화
영화 '내이름은' 주인공 염혜란 배우.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영화 '내이름은' 주인공 염혜란 배우.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한 명 한 명이 '저 여기 있습니다. 저도 이 이야기가 필요합니다'라고 손을 드는 것 같았어요."
배우 염혜란이 영화 '내 이름은'의 완성본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내 이름은'은 지난 2월 13~14일(현지시간)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보통은 제 출연작을 처음 보면, 제 연기밖에 안 보인다"고 한 그는 이번만큼은 달랐다고 한다. 그는 "제 연기만 보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이게 이 영화가 말해주는 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약 5분간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은 이 영화의 제작 방식과 맞닿아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내 이름은'에는 총 9778명의 이름이 담겼다.

염혜란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저도 만 원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하며 손을 드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벅찼고, 덜 외로운 느낌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우리 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이었다"며 당시의 감동을 떠올렸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는 그는 "한 평론가가 '이 영화의 완성은 엔딩 크레딧'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고 느꼈다. 우리만 베를린에 온 게 아니라 그 엔딩 크레딧 속 이름들까지 다 함께 온 느낌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 '작별하지 않는다' 읽고 놀라...내 어린시절 떠올라

'내이름은'이라는 제목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쌓여 완성되는 감흥은 영화의 주제와도 깊게 맞닿아 있다.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이름을 지우고 싶은 18세 아들 '영옥'과, 1949년 제주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의 이야기를 그린다. 염혜란이 연기한 정순은 과거의 상처로 해리 증상을 겪으면서도 무용을 가르치며 홀로 아들을 키워온 인물로, 개인의 삶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동시에 품고 있다.

염혜란은 이 작품을 준비하며 제주 4·3 증언집을 통해 "그분들의 언어로 육성을 듣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서문을 읽고 받은 충격도 인상 깊게 언급했다. 앞서 한강 작가는 5·18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 꽂혀 있던 책을 통해 광주의 기록과 사진을 접했고, 특히 시신 사진 등이 담긴 이미지들은 강한 충격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염혜란은 "서문을 읽고 너무 놀랐다. 어린 시절 집에 있던 책이 떠올랐다. 앞부분은 컬러, 뒷부분은 흑백이었는데 앞쪽에 시체 사진이 실려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그 역사적 시간을 통과한 사람이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연기한 정순은 굉장히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라며 "그때보다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나 개인적인 고민이 더 많지만, 요즘 청춘들도 계엄을 겪었으니, 우리는 늘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지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 이름은'은 한 개인의 이름을 찾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이름을 잃었던 수많은 존재들을 다시 호명하는 영화로 확장된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역사적 이름을 갖게 된 '5·18 민주화운동'처럼 제주 4·3 역시 그 이름을 찾기 위한 여정에 놓여 있음을 환기한다.

영화 '내 이름은' 속 장면.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영화 '내 이름은' 속 장면.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영화 '내 이름은' 속 장면.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영화 '내 이름은' 속 장면.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