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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산 원유 거래 다시 막는다… 돈줄 죄고 협상 주도 노림수 [美-이란 2차협상 임박]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6 18:17

수정 2026.04.16 18:16

베선트 "제재 해제 연장 안할 것"
이란과 거래 中은행 2곳도 경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를 전면 중단했다. 전날 이란에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을 제안한 직후 곧바로 단행된 조치다. 2차 협상을 앞두고 경제제재를 발판 삼아 협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또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 은행들을 겨냥해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까지 공식화했다. 자금줄을 차단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이란·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일반 면허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면허는 제재 대상국의 원유를 타국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한시 발급한 예외 조치다.

애초 미국은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인도 등 일부 국가가 연료 수급난을 겪자 지난달 일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산 원유 면제 조치는 지난달 11일 한 달간 유예된 후 지난 11일 유예 없이 만료됐다.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 역시 지난달 20일에 한 달 한정으로 시행했다. 기한이 끝나는 대로 연장 없이 종료된다. 제재가 일시 완화됐던 원유에 대해 베선트는 "지난달 11일 이전 해상에 있던 것들로 이미 모두 소진됐다"고 일축했다.

제재 복원 타이밍이 치밀하다. 미국은 하루 전 극한 대치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에 그랜드 바겐을 제안했다. 유화책을 제시한 직후 곧바로 원유 제재를 원상 복구하며 돈줄을 죈 것이다. 다가올 2차 협상 테이블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베선트는 '경제적 분노 작전'을 언급하며 "지난 1년 넘게 이란 정부로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최대 압박을 가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알리 샴카니 전 이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아들의 네트워크를 제재했다. OFAC는 "이란 국민을 희생시키며 이란 정권 최상층부와 연결된 가문을 부유하게 만드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란·러시아 석유 판매 제국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대 압박 캠페인 재개 이후 취해진 단일 조처 중 최대 규모다. 베선트는 "이란은 우리 군사작전에서 목격한 것과 동등한 수준의 타격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 압박 타깃은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중국으로 향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국 에너지 수요의 약 8%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 구매가 중단될 것이란 게 베선트의 주장이다.

나아가 중국 금융망을 직접 조준했다. 그는 "중국 은행 2곳이 재무부 서한을 받았다"며 "은행 계좌로 이란 자금이 흘러간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2차 제재를 가할 용의가 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2차 제재는 특정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자에게도 제재를 부과하는 강력한 조치다. 그는 "이란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를 폭격한 것을 치명적 실수로 보고 있다"면서 "인접국들이 자국 은행 시스템의 이란 자금 조사에 투명하게 협조할 의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미국 내 불안 여론 진화에도 나섰다.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한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 인하 시점에 대해 베선트는 "협상 진행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도 "6월 20일에서 9월 20일 사이 다시 갤런당 3달러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세계은행(WB) 및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중동 재무장관들과 연쇄 회동한 그는 "모두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면 일주일 이내에 다시 석유 수송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주유소들은 가격을 매우 빨리 올리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그만큼 가격도 빨리 내리길 바란다"고 업계를 압박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