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재협상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억눌렸던 국내 증시에 투자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은 단숨에 전쟁 직전 수준을 회복했고, 상승장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한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예탁금 3주만에 최고치... 휴전 소식에 6거래일 만에 10조 폭증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17조 67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4일 이후 약 3주 만의 최고치다. 전쟁 직후인 지난 6일 107조 원대까지 급감했던 예탁금은 미·이란의 '2주 휴전' 소식과 함께 단 6거래일 만에 10조원 넘게 폭증했다.
레버리지 자금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2824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다가섰으며, 코스피 시장만 23조40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반도체 대장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07%, 30% 이상 급증했다.
최근 변동성 확대에 신용거래의 빗장을 걸어 잠갔던 증권사들도 속속 서비스를 재개하며 자금 유입에 불을 지피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신용거래융자를 재개한 데 이어 하나증권, KB증권(한도 확대), 한양증권(금리 인하) 등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상태다.
레버리지 투자, 하락장에 반대매매 발동...'연쇄 폭락' 악순환의 고리
문제는 단기 차익을 노린 레버리지 자금이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는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주가가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하한가로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동된다. 이는 주가의 연쇄 폭락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 투자 급증이 반대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세대와 달리 2030세대 청년을 중심으로 빚투로 경제적 충격을 받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며 "장이 좋은 시기에도 수익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고 반대매매로 당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빚투를 하다 보면 장기 보유를 할 수 없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주가가 한 번 크게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발동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상당히 큰 피해를 입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13포인트(0.55%) 내린 6191.9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230.32까지 올랐지만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소폭 조정을 받았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