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전엔 신세대였는데"…40대 직장인, 우리도 할말은 있다 [내가 영포티라고?]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7 19:38

수정 2026.04.17 19:37

X세대 말기·밀레니얼 초입 걸친 지금의 40대
젊은 취향보다 '젊은 척' '권위' 이미지가 앞서
당사자인 40대 남성도 부정 평가 65%로 높아
한 40대 직장인이 젊은 청년들의 패션을 하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 40대 직장인이 젊은 청년들의 패션을 하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때 '젊은 감각을 지닌 40대'를 뜻하던 영포티는 이제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말이 됐습니다. 젊게 살고 싶은 40대와 그 모습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2030의 시선은 어디에서 갈라졌을까요. 영포티라는 말에 담긴 일상의 불편함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예전엔 우리도 신세대였는데, 요즘은 영포티래요."

서울의 한 회사에서 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지인들과 점심을 먹다 이 말을 들었다. 농담처럼 나온 말이었지만, A씨는 쉽게 웃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젊게 살려고 운동하고 옷도 신경 쓰는 건데, 어느 순간 젊은 척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40대에게 영포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취향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말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거나 후배 세대와 어울리려 애쓰는 사람을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 단어가 불편한 것은 2030만이 아니었다. 당사자인 40대 남성도 영포티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 공개한 '영포티 현상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포티라는 말을 들어본 응답자 850명 중 50%는 이 단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사는 지난 2월 6~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40대 남성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조사에서 40대 남성의 65%는 영포티를 부정적으로 봤다. 20대와 30대 남성의 부정 평가 63%보다 높았다. 영포티가 청년층만의 조롱어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40대 남성 자신에게도 부담스러운 말이 된 셈이다.

한때 '신세대'였던 40대의 변화


한때 '신세대'로 불린 지금의 영포티 40대. 과거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였지만, 일부 40대 직장인들은 '영포티'라 불리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때 '신세대'로 불린 지금의 영포티 40대. 과거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였지만, 일부 40대 직장인들은 '영포티'라 불리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지금의 40대는 대체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40대 후반은 X세대 말기와 맞닿아 있고, 40대 초반은 밀레니얼 세대 초입과 겹친다. 1990년대 '신세대'라는 말로 불렸던 이들과 2000년대 초반 디지털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인 이들이 함께 들어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소비 감각을 가진 세대로 불렸다. 음악, 패션, 광고, 대중문화에서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데 익숙했다. 조직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태도도 이 세대를 설명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하지만 40대가 된 뒤 평가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젊은 감각이 새로움의 표시였다. 지금은 같은 행동이 '젊은 척'이라는 말로 돌아올 때가 있다. 유행어를 쓰거나, 젊은 세대의 취미를 따라 하거나, 20·30대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려는 행동이 영포티라는 말과 함께 비판 대상이 된다.

세대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보는 위치가 바뀐 것이다. 한때 기성세대를 낡았다고 봤던 세대가 이제는 청년층에게 기성세대 쪽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젊은 취향보다 말투와 태도가 문제였다

영포티는 영어 'Young'과 40대를 뜻하는 'Forty'를 붙인 말이다. 처음부터 나쁜 뜻은 아니었다. 젊은 취향을 유지하고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40대를 가리켰다. 소비력과 문화 감각을 갖춘 중년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최근 쓰임은 다르다. 온라인에서는 칭찬보다 비꼬는 것에 가깝다.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거나, 젊은 세대의 문화를 무리하게 따라 하거나, 직장과 모임에서 권위를 앞세우는 사람을 비판할 때 쓰인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응답자들이 영포티에서 가장 많이 떠올린 이미지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는 40대'였다. 응답률은 49%였다. '젊은 세대의 패션이나 취미, 문화를 무리하게 따라 하는 40대'라는 응답도 48%였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는 40대'는 41%였다.

반면 '경제적 기득권을 선점한 세대'라는 응답은 14%였다. '젊은 층의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세대'라는 응답도 14%에 그쳤다. 영포티에 대한 반감은 돈이나 정치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말투와 행동에 가까웠다.

40대가 이 단어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게 입고, 운동하고,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한꺼번에 '젊은 척'으로 묶이면 개인의 취향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직장에서는 농담도 다르게 들린다

영포티 논란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곳은 직장이다. 40대는 조직에서 중간관리자이거나 선배인 경우가 많다. 20·30대 후배와 매일 부딪히면서도 평가와 지시 권한을 일부 갖고 있다.

이 관계에서는 가벼운 농담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적인 질문, 외모 언급, 연애 이야기, 주말 일정에 대한 말은 친근함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말한 사람은 분위기를 풀려 했다고 생각해도, 듣는 사람은 선을 넘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유행을 아는 것도 마찬가지다. 취향을 공유하는 것과 후배 세대 안으로 무리하게 들어가려는 것은 다르다. 영포티라는 말은 그 차이가 어긋날 때 붙는다.

청년층이 민감하게 본 항목도 이와 맞닿아 있다. 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의 60%는 영포티라는 말에서 '젊은 이성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40대'를 떠올렸다. 30대에서도 같은 응답이 38%였다. 젊은 취향보다 관계에서의 태도가 더 큰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40대도 피하고 싶은 단어 '영포티'
40대 직장 상사가 회의 중 크게 웃고 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40대 직장 상사가 회의 중 크게 웃고 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영포티 논란은 40대를 향한 일방적인 조롱으로만 보기 어렵다. 40대 남성의 부정 평가가 높은 것은 이 단어가 당사자에게도 불편한 낙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0대는 일터에서 오래 남아야 하는 세대다. 동시에 아래 세대와의 소통도 피하기 어렵다. 젊게 살고 싶은 욕구도 있다. 그러나 그 시도가 '무리하게 따라 한다'는 말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피로감이 생긴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다. 같은 40대라도 후배와 편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와 직급을 앞세우는 사람이 있다. 취향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상대의 반응을 보지 않고 다가서는 사람이 있다. 영포티라는 말은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때 40대 전체를 묶는 표현이 된다.

그래서 이 단어는 조심스럽다. 특정 행동을 비판하는 말로 쓰일 수 있지만, 쉽게 특정 세대를 통째로 비웃는 말이 되기도 한다. 40대 남성의 높은 부정 평가는 그 지점에서 나온다. 자신이 비판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이만으로 같은 범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포티라는 말이 남긴 것은 결국 태도 문제다.
젊은 취향을 갖는 것과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다르다. 개인의 관리와 취미는 사적인 선택이지만, 직장과 모임에서의 말투와 접근 방식은 상대가 있는 일이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중이 느끼는 영포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경제적 기득권에 대한 반감보다는 젊은 척하거나 권위주의적인 태도, 부적절한 접근 등 구체적인 행동 양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